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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팀결산 (14) - 미네소타 트윈스

중앙일보

입력

커비 퍼켓, 잭 모리스, 칠리 데이비스, 척 노블락, 케빈 타파니, 스캇 에릭슨.

당신은 1991년의 미네소타 트윈스를 기억하는가.

이 해 미네소타는 아메리칸리그 최다승인 95승을 올렸고, 월드시리즈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전을 연출하며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격파했다.

이제는 황무지가 되어버린 미네소타. 그러나 황량한 이 땅에도 지금 희망의 새싹은 자라나고 있다.

1. 환상의 1-2-3

지난 해 미네소타가 터뜨린 '잭팟(jackpot)'은 단연 에이스 브렛 레드키(28)와의 재계약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최정상급의 선발투수면서도 매년 14패 이상을 당해야하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렸던 레드키는 팀이 재계약 협상마저 미온적인 태도로 나서자 "무조건 떠나겠다."라는 폭탄선언을 했고, 미네소타가 레드키를 잡는 일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결국 레드키는 2004년까지 '미네소타의 에이스'로 남았고, 더불어 그가 트레이드시장에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뉴욕 양키스는 헛물만 켜고 말았다. 레드키는 비록 리그 최다패에 4점대 방어율(4.45)을 기록했지만, 그의 성적은 허술한 내야수비와 물방망이 타선에 의해 왜곡된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

98년 척 노블락 트레이드 때 크리스티안 구즈먼(유격수)과 함께 미네소타의 유니폼을 입었던 에릭 밀튼(25)은 데이빗 웰스(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뒤를 이을 아메리칸리그의 차세대 좌완 에이스. 밀튼은 13승을 거두며 99년의 노히트노런(대 애너하임전)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막판 부상만 아니었어도 신인왕에 도전해볼만했던 좌완투수 마크 레드먼(27)까지, 미네소타의 1-2-3선발은 최악이나 다름없는 득점지원에도 불구하고 37승을 일궈냈다.

여기에 조 메이스(25)와 매트 키니(24)가 가세하게 될 미네소타의 싱싱한 선발진은 양키스의 '5백승 클럽'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2. 파워를 찾습니다

반면 타선의 발전속도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99시즌보다 62점을 더 뽑아내긴 했지만, 득점면에서는 여전히 뒤에서 두번째다.

특히 심각한 것은 파워의 부족. 팀홈런(116개)은 1위 토론토 블루제이스(244)에 절반에도 안될뿐더러, 매트 로튼-론 쿠머-데이빗 오티즈의 클린업이 기록한 홈런수(39개)는 알렉스 로드리게스(41개, 텍사스)가 혼자 친 숫자보다도 적다.

심지어 마이크 커다이어, 마이크 레스토비치, B.J. 가비, 덕 민트케이비치 등 마이너리그의 유망주들조차 파워히터가 아니라는 사실은 미네소타의 미래를 더욱 암담하게 만든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타선의 구심점이 없다는 것. 비록 로튼이 '빈볼의 악몽'에서 돌아와 견실한 시즌을 보냈지만(.305 13홈런 88타점 91볼넷), 그에게서 프랭크 토마스(시카고 화이트삭스)나 제이슨 지암비(오클랜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파워없는 파워히터' 오티즈, '출루율 2할대의 1번타자' 구즈먼, 26-111의 끔찍한 볼넷-삼진율을 보여준 자케 존스 등.

미네소타의 타자들이 당당해질 날은 언제일런지‥

3. 켈리의 법칙

'홈런의 시대'. 감독들은 타력을 우선으로 선수를 기용한다. 그러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건 자신의 신념을 굳게 지키는 감독이 있었으니, 미네소타 톰 켈리가 그 장본인이다.

켈리의 제1원칙은 '수비'다. 타력이나 투수력에 비해 수비력이 슬럼프를 타는 일은 극히 드물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비력이야 말로 강팀과 약팀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지표임을 고려하면, 켈리의 신념은 충분히 타당성 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을 리 없는 법.

켈리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두가지 사례가 있다. 토드 워커는 98년 .316의 타율을 기록한 전도유망했던 2루수. 그러나 켈리에게 워커의 좁은 수비범위는 곱게 보일리 없었고, 워커는 경기 후반이면 무조건 교체됐다. 이런 식으로 발전에 방해를 받은 워커의 방망이가 슬럼프에 빠진 지난 해, 켈리는 그를 트리플A로 내려보냈고, 얼마후에는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시켰다.

그러나 워커의 수비력이 마이너리그로 강등시킬 만큼 끔찍한 정도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아쉬운 수비만큼 공격력이 뛰어난 내야수임을 감안했다면, 공격력과 수비력간의 '딜(deal)'은 충분히 가능했다.

오티즈는 켈리에 의해 1루수감으로 점찍힌 선수. 안타깝게도 역시 수비력이 켈리의 기준에 미달됐다. 켈리는 99년 지명타자 자리가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티즈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냈고, 30개를 넘어서리라던 오티즈의 홈런수는 10개에서 멈췄다.

미네소타에서 15시즌을 보내며 현역 최장수 감독으로 꼽히고 있는 켈리는 얼마전 팀과 1년 재계약을 맺었다. 켈리의 재계약 소식에 몇몇 선수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4. 이제는 일어설 때

미네소타의 전력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비롯, 캔자스시티 로열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다른 지구 경쟁자들은 더 큰 걸음을 걷고 있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부문은 포수와 마무리투수. 라트로이 호킨스의 성공적인 승계가 예상되는 마무리투수보다는 매트 리크로이가 맡을 포수 부문이 근심스럽다.

한가지 희소식은 구단주 칼 포레드가 새구장의 건립을 위한 시의 지원이나 프랜차이스의 고가판매는 결국 팀의 성적향상과 결부되어 있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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