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들, 여기서 나물 뜯으면 안 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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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홍천국유림관리소 운두령관리팀 직원(왼쪽)이 운두령 인근 능선에서 산나물을 불법 채취한 주민을 단속하고 있다. 이들의 배낭과 쌀자루에는 불법 채취한 참나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찬호 기자]

지난 19일 오후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용평면 경계인 운두령 정상(해발 1089m)에 산림청 홍천국유림관리소 운두령경영팀 직원 4명이 모였다. 산나물과 산약초 등을 불법으로 채취하는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2개 조로 나눠 1조는 한강기맥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나머지 조는 운두령 정상 아래 홍천방면 임도에서 단속활동을 시작했다. 운두령경영팀 신성식(44)씨는 “관광버스를 활용한 대규모 산나물 채취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불법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방산생태관리센터 옆을 지나는 한강기맥 능선은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출입이 금지된 곳. 그럼에도 등산객이나 산나물을 뜯으려는 주민과 관광객이 몰래 출입한 흔적이 있었다. 능선 주변에는 노랑무늬붓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꽃이 진 얼레지 등 희귀 야생초가 많았다. 단속반은 능선을 오르면서 산나물이 많다는 북서쪽 사면을 열심히 살폈다.

 능선 오르기를 30여분. 단속반은 해발 1215m 정도의 능선 주위에서 앉아 쉬고 있는 여성 3명을 발견했다. 40대 중반 1명과 70대 여성 2명이었다. 1명은 서울에서, 나머지는 산 아래 마을에서 왔다고 했다. 이들 옆에는 큰 배낭과 작은 배낭, 40㎏들이 쌀자루가 있었다. 직원이 쌀자루를 헤친 결과 참나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들은 올 들어 처음 이날 아침 산에 왔다고 했다. 선물할 곳이 있는데 장에 가보니 값이 너무 비싸 직접 뜯으러 왔다는 것이다. 단속 직원이 “불법으로 산나물을 채취하면 최고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일러주자 이들은 놀라면서 “한번 용서해달라”고 애원했다. 이들은 이날 늦게까지 산나물을 뜯을 계획이었지만 단속 직원과 함께 하산해야 했다.

 한편 임도 방면으로 간 단속 직원은 무전기를 통해 “사람의 출입 흔적이 없다”고 알려왔다. 직원들은 돌아오면서 길가에 세워진 외지 번호판의 승합차 앞 유리에 ‘산나물·산약초 불법 채취 특별단속 경고문’을 붙였다. 차를 세워놓고 인근 산에서 산나물을 채취할 가능성이 있지만 산 속 어디 있는지 알기 어려울뿐더러 다른 업무 때문에 마냥 승합차 옆에서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운두령경영팀 직원은 5명. 이들은 4만9740㏊의 국유림을 관리한다. 봄·가을 산불방지기간에는 감시원을 임시 고용하지만 나머지 기간에는 이들이 숲 가꾸기 사업, 산림병해충, 임도 관리 등을 하고 있다. 신씨는 “워낙 면적이 넓어 불법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마을 주민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등 효율적인 단속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나물 불법 채취 특별 단속은 6월 15일까지 한다.

한편 북부지방산림청은 올 봄 관내 국유림에서 25건의 불법행위를 단속해 2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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