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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에 갇힌 혜원·규원씨 구출 노력 배가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가족을 동반해 자진 월북했다가 단신 탈북한 오길남씨의 부인 신숙자씨와 두 딸 혜원·규원씨가 북한에서 강제구금 상태에 있다고 유엔이 공식 확인했다. ‘유엔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의 이번 결정에 따라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민간단체들이 주도해 온 구출운동을 측면 지원하는 데 그쳤던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WGAD는 오씨가 탈북한 직후인 1987년 이래로 “신숙자, 오혜원, 오규원의 구금은 임의적(강제적)이었고 현재도 임의적”이라고 규정하면서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했다. WGAD는 특히 북한에 “신씨 등 3명의 즉각적인 석방과 적절한 배상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지난달 WGAD의 질의에 ‘신씨는 간염으로 사망했으며 임의적 구금과 관련이 없다. 두 딸도 아버지를 만나길 원치 않는다’고 회신했으나 WGAD는 이를 부정한 것이다. 신씨 모녀는 악명 높은 요덕 정치범수용소에서 오랜 세월 고초를 겪다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자 북한 당국이 최근 평양 인근으로 옮겨 구금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의 결정으로 북한이 당장 혜원·규원씨를 석방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구출 노력은 큰 힘을 받게 됐고 북한에 대한 압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번 결정을 이끌어낸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는 앞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논의를 거쳐 강제구금 책임자인 김정일·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자진 월북에서 단신 탈북까지 오씨의 행적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북한이 신씨 모녀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방치돼선 안 된다. 하루빨리 혜원·규원씨가 자유의사에 따라 북한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최선의 노력을 펴야 한다. 만에 하나 북한이 이들을 조기에 석방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평판이 다소라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