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달인' 김한길 부인 노란 매니큐어 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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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선출대회가 열기를 더하면서 부인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민주통합당 이해찬 후보와 부인 김정옥씨가 21일 부산에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그는 4·11 총선 때도 남편 선거운동에 열심이었다. 주변에 “김한길 안사람 최명길입니다”는 문자를 돌리며 지원을 호소했다. 선거 뒤엔 ‘김한길·최명길’ 부부 공동명의의 당선사례 현수막을 내걸었다. 최씨는 이번에도 전국을 돌며 적극적인 선거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 후보(최명길)가 남편의 외조를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이에 맞선 이해찬 후보의 부인 김정옥씨 역시 만만찮은 내조의 달인으로 불린다. 1988년 이 후보가 36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5선 의원을 거쳐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내공’을 다졌다.

김한길 후보와 부인 최명길씨는 27일 제주에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둘은 옷 입는 스타일과 유권자인 대의원들에게 다가가는 방식부터 다르다. 지난 27일 제주 경선에서 최씨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재킷을 입고, 노란색 매니큐어를 칠했다. 대의원들이 다가가 기념촬영을 부탁하면, 남편의 기호인 3번을 강조하기 위해 손가락 세 개를 편 채 포즈를 취했다. 울산에서 김 후보가 1위를 차지하자 대의원들을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비해 이 후보의 부인 김씨는 늘 무채색 계열의 차분한 정장 차림이다. 제주 경선에선 회색 치마 정장을 입었다. 유권자들이 남편과 악수를 나누면 한 발짝 떨어진 위치에서 두 손을 치마 위로 포개고 목례를 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공직 생활을 오래해 조용하고 숨은 곳에서 역할을 하는 게 부인 몸에 뱄다”고 설명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둘은 오래된 자신만의 ‘내조의 역사’를 갖고 있다. 최씨는 2002년 구로을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김 후보를 위해 선거유세에 뛰어들었다. 둘째 아들을 출산한 지 보름밖에 안 된 때였다. 김 후보는 선거에서 떨어졌고, 2004년 다시 구로을에 도전했다. 드라마 ‘명성황후’(2002년)에서 주연을 맡았던 최씨는 당시 유세장에 명성황후 복장을 하고 나섰다.

 이 후보 부인 김씨의 내조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의 옥바라지부터 출발한다. 생후 6개월 된 딸 현주를 두고 이 후보가 2년 반 수감돼 있는 동안 서점(광장)과 출판사(돌베개)를 대신 운영하고, 곰탕집까지 차렸다. 이 후보는 한 인터뷰에서 “아내는 가장 가까운 야당”이라고 한 적이 있다. 수수한 겉모습과 달리 비판적 조언자 역할도 한다는 얘기다.

 이 후보 측은 대중 인지도를 배경으로 한 최씨의 활동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원래 전당대회에 부인들이 나서는 경우가 없었는데 최씨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다른 부인들도 현장에 안 나올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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