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정보 가전' 대국을 향해

중앙일보

입력

언제부터인가 PC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이 됐다.

어느 미래학자는 PC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해 궁극적으론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마치 전기모터가 20세기 초 집채보다 컸던 초창기의 형태에서 벗어나 종국에는 건전지 형태로 사람들의 시야에서 숨어 버린 것처럼.

최근 세계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PC와 휴대폰을 이어갈 다음 세대의 제품이 출현하지 못한 때문은 아닐까.

PC와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는 인간과 실체적 접점인 제품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현재 심각한 ''혼란(캐즘)'' 상태에 빠져 있다.

PC는 더 이상 세대간의 단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휴대폰은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으로 변신을 하지만 역시 디지털 캐즘을 극복할 만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다음 세대의 제품, 그것은 분명히 ''인터넷 정보가전(IA:Internet Appliance)'' 이다.

생활가전이야말로 오랜 세월을 거쳐 끊임없이 삶의 편리성을 추구해 온 인류에게 확실히 검증된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IDC는 인터넷TV와 웹 패드.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신클라이언트(WBT)등으로 일컬어지는 인터넷 정보가전의 경우 2004년에는 세계 시장이 1백7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TV만 해도 세계의 모든 가정에서 홈네트워크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PC가 끝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세대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2004년에는 4천4백50만대 이상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인터넷 정보가전의 폭발성 때문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필립스.톰슨.도시바.샤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 분야의 시장 참여를 앞다퉈 발표하는 상황이다.

디지털 기술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세월 우리나라는 가전.전자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왔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영역, 즉 인터넷 정보가전이야말로 국가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인터넷폰.MP3.위성셋톱.디지털TV 등 아직 많지는 않지만 몇 몇 디지털 가전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위치를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인터넷 정보가전이 디지털 캐즘을 건너 한국적 산업모델로 육성될 수 있도록 정부.국민의 힘이 결집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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