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사내교육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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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벤처기업에서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정니나(23)씨의 출근시간은 남들보다 1시간 빠르다.

"나중에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싶다" 는 그녀는 출근하자마자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제로 쉽게 풀어쓴 자바 프로그래밍'' 6주 과정을 공부한다.

최근 딸을 얻은 한상태(32)대리는 퇴근 후 매일 20분씩 ''IQ가 높은 아이보다는 EQ가 높은 아이로 키우기'' 4주 과정을 아내와 함께 공부한다.

인터넷이 기업의 사내교육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사내교육하면 바쁜 업무 일정 속에서 시간을 쪼개 집합교육에 참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사업장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회사들은 직원들을 교육장에 모으는 게 일이고, 연수원에라도 가면 숙식 문제 때문에 적지않은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최근에는 비용은 최고 10분의 1로 줄이고 24시간 내내 교육이 가능한 사이버교육이 기업체에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 한진해운이 사이버교육을 마친 뒤 실시한 설문에서도 ''시간과 장소에 구속받지 않고 편한 시간에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자신의 진도와 성적을 수시로 확인해 볼 수 있다'' 는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 달라지는 사내교육〓 최근 사이버교육을 도입한 기아자동차에선 점심시간에 직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헤드폰을 끼고 외국어 과정을 들으며 대화를 따라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안영철 대리는 "딱딱한 실무 강의보다 인터넷이나 정보기술(IT).업무자동화(OA).어학 과정이 인기가 있다" 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경우 최근 개설한 어학과정에 당초 예상인원의 3배인 1천8백명이 수강신청을 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오프라인 사내교육이었다면 1천2백명은 과정을 들을 수 없었겠지만, 사이버교육의 특성상 큰 어려움없이 전원 수강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진도를 독려하는 e-메일을 발송하고 ''오자(誤字)를 찾아라'' 와 같은 흥미있는 이벤트를 마련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학습을 유도하고 있다.

기자.아나운서.프로듀서(PD)등 다양한 직종의 직원들이 공존하는 한국방송공사(KBS)도 연수할 시간을 다같이 마련하기가 어려워 최근 6백명 사원을 대상으로 사이버연수를 실시했다.

모든 교재를 인터넷에 올리고 과제물도 인터넷에 발표하도록 하고 있는 삼성그룹도 신입 사원 교육과정을 사이버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 경쟁 치열한 사이버 교육시장〓 현재 사이버연수원을 개설하거나 추진 중인 업체는 대략 2백50~3백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삼성.현대.쌍용.금호.두산.한화.효성 등 국내 주요 그룹 대부분이 사내 온라인 직원교육을 위한 시스템과 콘텐츠를 전문업체로부터 아웃소싱하고 있다.

사이버 사내교육 전문업체로는 아이빌소프트(http://www.onstudy.com).크레듀(http://www.credu.com).배움닷컴(http://www.baeoom.com)이 대표적.

다양한 스터디그룹이 활동하고 있는 아이빌소프트는 ''셀프업'' (http://www.selfup.com)을,가장 많은 과목수를 자랑하는 배움닷컴은 ''e썩세스(eSuccess)'' 라는 별도의 브랜드를 내세우며 기업교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지난해 5월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분사한 크레듀는 전문강사 1백여명이 24시간 질문에 답변한다.

이밖에 한국표준협회.한국생산성본부.한국능률협회 등 전문단체들도 사이버 교육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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