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동기식 IMT - 2000 윤곽 잡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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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다. 친지를 만나 덕담을 나누는 게 우리네 풍습이다.

경제 덕담은 주가 오름세로 시작됐다. 짧은 기간에 너무 달아오른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올 정도다.

고객예탁금이 9조원을 넘어서는 등 외국인과 일부 개인의 자금이 몰려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지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미 50% 가까이 급등한 코스닥시장에선 지난주 말 새롬기술.다음.한글과컴퓨터 등 닷컴 3인방의 오름세가 주춤했다.

이런 주가 오름세를 받쳐줄만큼 우리 경제의 체력이 갑자기 좋아진 것은 아니다. 마비된 회사채 시장에 정부가 임시 도로(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 인수)를 놓자 조금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은행들은 지난해 말에 이어 20일부터 예금금리를 또 낮췄다. 주된 투자 대상이었던 국고채 금리가 연 5%대로 낮아지자 예대마진을 올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에 실망한 일부 은행 예금이 회사채.기업어음 시장과 주식시장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면 정부조직 개諮?따라 26일께 경제.교육 부총리가 임명될 예정이다. 진념재정경제부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될지, 경제부처 장관들이 얼마나 개각 대상에 낄지 관심거리다.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의 동기식 사업자로는 과연 누가 나설까□ 정부는 포항제철을 압박하고 있다. 이미 SK와 함께 비동기식에 참여한데다 민영화한 포철로선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주식의 절반 이상을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도 의식해야 한다. 지난주 동기식 사업 참여 소문이 퍼지면서 포철의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포항제철과 현대강관의 철강 싸움은 자동차용 강판 공급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다. 경기 침체와 선진국의 반덤핑 제소 등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판에 양쪽이 손해를 볼 수 있는 게임이다. 설을 보낸 뒤 적절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길 기대한다.

나라 밖 상황도 변화가 많다. 중국을 찾아가 경제학습을 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귀국하면 주민들에게 설 선물을 내놓을 수 있다.

신년사에서 신(新)사고를 강조했고 격동하는 산업현장을 직접 목격한 그가 남북관계와 경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20일 부시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미국 경기가 하강하는 상황에서 기업을 의식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통상 압력을 강화할 수 있다.

벌써부터 미국의 강한 달러 선언은 엔화 약세와 함께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에 영향을 주는 터다. 엔화가 1백20엔대로 가면 일본 상품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

지난주 공적자금 조사 청문회는 단 하루도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은 채 무산됐다. 이미 들어간 1백10조원의 조성과 투입, 사후 관리를 꼼꼼히 따져야 50조원의 추가 투입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설에 떡국 한그릇씩 먹고 어른스러운 청문회를 다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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