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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등록제, 일선 게임구단 `시큰둥'

중앙일보

입력

올해부터 문화관광부가 추진하는 프로게이머 등록제에 대해 일선 구단과 프로게임리그 업체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프로게이머 등록제는 문화부 산하단체인 21세기프로게임협회(회장 김영만)가 지난해 프로게이머 인증제를 시행하려다 절차상의 문제로 등록제로 전환한 것으로 프로게이머를 안정된 정식 직업군으로 정착시키자는 것이 당초의 취지였다.

그러나 15일 발표된 프로게이머 등록자 명단에 지난해 배틀탑의 KIGL(한국인터넷게임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한국통신프리텔의 n.016구단과 삼성전자의 `칸''구단 선수들이 모두 제외된 것으로 나타나 등록제 시행 초기부터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게임관계자들은 특히 지난해 열린 세계적 규모의 WCGC(세계사이버게임대회) `피파2000''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지훈(n.016)씨와 KIGL 왕중왕전 우승자인 김인경(칸)씨가 등록명단에서 빠진 것에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n.016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프로게이머 등록을 권유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며 "프로게이머로 등록하지 않아도 대회에 출전할 수 있고 구단으로부터 연봉을 안정적으로 받기 때문에 구단측에서도 선수들의 등록 문제에 별 신경을 쓰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리그 업체 관계자는 "게임 종목이 바둑이나 골프처럼 불변적이지 않고 유행에 따라 급변하는 것인데도 협회에서 프로 바둑기사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해 협회의 관료주의적 발상을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프로게이머 등록제는 문화부가 게임산업의 주무부서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에서 추진된 제도"라며 "문화부(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선수가 게임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등록제의 권위는 곧바로 추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소속 선수를 등록명단에 제출한 구단 관계자도 "등록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아니냐"며 "등록을 해서 문화부나 협회로부터 프로게이머가 얻는 혜택이나 권익 보호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선 문화부가 자유경쟁을 무시하고 프로게이머가 되는 채널을 단일화시키려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게다가 등록제 추진을 위해 협회와 협회의 회원사인 게임리그 업체와의 긴밀한 협조관계가 필요한데도 협회가 기존 게임리그와 경쟁하는 자체 게임리그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리그 업체들이 이에 반발하는 등 협회와 회원사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협회측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등록제는 게임구단과 게이머간 불평등 계약을 개선시키고 게이머의 안정적인 수입을 위한 제도"라며 등록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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