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나포됐다 나온 中선원 충격증언 "컴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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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군에 나포된 지 13일 만에 풀려난 중국 어민들의 충격적인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서해에서 붙잡혀 황해북도 서도(西島)로 끌려간 28명의 선원은 감금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고 인민일보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랴오단위(遼丹漁) 23536호 선장 한강(韓剛)은 어두컴컴한 데다 오물로 가득 찬 3㎡가량의 비좁은 공간에서 9~10명씩 머물면서 하루에 죽 2그릇으로 연명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햇빛도 보지 못한 채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무막대기와 쇠지렛대 등으로 폭행을 당했다.

 쾌속정을 타고 이들 어선에 접근한 북한군은 선원들을 제압한 뒤 휴대전화를 빼앗고 선박에 부착된 통신 설비부터 차단했다. 이들은 선원들이 소지하고 있던 지갑·트렁크 등은 물론 가루비누와 옷가지 같은 생활용품까지 모조리 빼앗았다. 그물 등 각종 어구에 디젤까지 쓸어가 어획량을 제외한 피해액만 30만 위안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선장은 다음날 심하게 폭행당한 뒤 “불법 조업을 했다”는 문서에 억지로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 선장은 또 18일 밥을 짓는 틈을 타 20초 만에 GPS위성을 이용해 선주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증언했다. 너무 급한 나머지 기록을 지우지 못한 그는 이튿날 북한군 측의 호출을 받고 ‘이제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군관이 소리를 지르며 자기 대신 책상을 내리치는 것을 보고 중국 정부가 교섭에 성공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20일 저녁 풀려날 당시 위성항법장치에 나온 좌표는 북위 38도39분, 동경 125도02분. 이들은 21일 오전 7시쯤 랴오닝성 다롄항에 도착한 뒤 다롄시 싱수둔(杏樹屯) 보건소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이 북·중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고도로 중시하며 북한과 밀접한 소통을 해왔다”며 “어업 주관 부문이 자세한 내용을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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