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포괄수가제는 국민을 위한 제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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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는 7월부터 전면 시행 예정인 포괄수가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반발하고 있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22일 정부가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건강보험정책을 결정하는 최종 협의체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포괄수가제는 질환별로 진료비를 일정하게 받는 제도로 병·의원급에서 시행하는 맹장·탈장·치질·백내장·편도·제왕절개·자궁수술 등 비교적 간단한 7개 질환에 적용될 예정이다. 자격과 경험 있는 의사라면 누가 다뤄도 진료방식에서 큰 차이가 없는 질환들이다. 진료비를 검사·수술·처치·입원 등 의료행위별로 따로 값을 매겨 받는 기존 행위별 수가제의 대안이다. 행위별 수가제를 시행했더니 과잉 진료로 불필요한 검사·치료가 늘어나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주는 바람에 마련한 대안이다. 과잉 진료를 막지 않으면 결국 그 부담은 건보료를 내는 국민이 지게 된다.

 의협은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의사들이 진료비용을 줄이려고 환자를 조기 퇴원시키고 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생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수가를 높여주지 않으면 의사들이 환자를 상대로 태업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나 진배없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 15년간 참여를 원하는 병·의원을 상대로 이 제도를 시범 실시하면서 효과를 관찰해왔다. 그 결과 진료비용이 줄고 합병증·재수술 등 부정적 효과는 별로 없는 합리적 정책으로 검증됐 다. 현재 의원의 85.2%, 병원의 40.3%, 종합병원의 24.1%가 이 제도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의료계의 높은 호응도 얻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이 제도를 올해 7월부터 모든 의료기관에서 전면 시행하기로 지난해 의사단체들과 합의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의협이 올해 회장단이 바뀌면서 이를 번복하고 건정심에서도 탈퇴하겠다며 압력을 넣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의협은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주체의 하나로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약속 번복보다 정부 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개선책을 찾는 일이야말로 의협이 지금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