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가 다시 피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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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들국화 원년 멤버들이 한데 모였다. 보컬 전인권, 베이시스트 최성원, 드러머 주찬권(왼쪽부터)은 “빅뱅과 한 무대에 서고 싶다. 누가 더 섹시한지 겨루고 싶다”고 했다. [뉴시스]

“전설이니 카리스마니, 우리는 그런 거 원치 않아요. 진짜 음악 앞에 순수한 소년으로 다시 서고 싶어 이렇게 모였습니다.”(최성원)

 1980년대 한국 대중가요사를 새로 쓴 록그룹 들국화가 3집 ‘우리’ 이후 17년 만에 다시 꽃을 피운다. 원년 멤버인 전인권(58·보컬), 최성원(58·베이스), 주찬권(57·드럼)씨가 21일 서울 대치동의 한 행사장에서 재결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1985년 선보인 들국화 1집 앨범 표지.

 81년 신촌 라이브클럽에서 결성된 들국화는 85년 ‘행진’ ‘세계로 가는 기차’ ‘그것만이 내 세상’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등이 수록된 1집을 냈다. 앨범에 새겨진 서정과 관조, 직선적인 언어는 80년대 우리 음악의 피와 살이 됐다. 이 음반은 각종 매체의 한국 대중음악 명반 선정에서 1위에 올랐다.

 들국화는 89년 멤버간 이견으로 해체했다. 3집 ‘우리’(95)는 전씨가 외부 멤버들과 낸 것이다. 97년 원년 멤버였던 허성욱(키보드)씨의 사망을 계기로 다시 뭉쳐 이듬해 한 차례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이번 재결성은 지난해 주씨가 제안했다. 이후 주씨와 전씨는 최씨가 살고 있는 제주도를 찾았다.

 “작은 건반을 놓고 인권이가 ‘그것만이 내 세상’을 불렀어요. 소름 돋을 정도로 잘했죠. 20년 동안 들었던 인권이 목소리 중 가장 인상적이었어요.”(최성원)

 이후 재결합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셋은 뜻을 모으게 됐다. 요즘 가요계에 대한 불만도 한몫을 했다.

 “우리 음악이 잘못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한국 음악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최) “요즘 가요계엔 지성·야성을 갖추고 대중의 존경을 받는 가수가 없다.”(전)

 기타리스트 조덕환(59)씨는 합류하지 않는다. 전씨는 “덕환이는 20년간 미국에서 지내 아직 준비가 안돼 있는 것 같다. 언제든 (합류를) 환영한다”고 했다.

 멤버들은 그간 사연이 많았다. 마약 파문에 휘말리며 다섯 차례 수감됐던 전씨는 “가족, 지인들의 사랑·우정·의리로 힘든 시절을 이겨냈다. 앞으로는 절대 마약 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다졌다.

 들국화는 7월 대구·서울·부산 등에서 ‘들국화 2012 콘서트’를 연다. 7월 7일 오후 7시 대구 영남대 천마아트센터가 그 첫 무대다. 이후 13일 오후 7시, 14일 오후 8시 서울 광장동 악스 코리아에서 공연한다.

 이들은 새 음반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최씨는 “요즘 아이들이 비지찌개 말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먹어본 적은 없는 것처럼, 우리 공연도 본 분이 많지 않다. 예전 노래부터 충분히 들려드리겠다”고 했다. 일단 공연에 집중한 뒤 틈틈이 곡 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트위터(@deulgukhwa2012)도 개설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예전엔 인터넷이 없어서, 공연을 잘해도 입소문으로 알릴 수밖에 없었죠. 이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튜브란 무기를 달았으니 세계 무대에도 들국화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보고 싶어요.”(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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