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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106m 파노라마'서울시 신청사 미리 가보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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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26m, 둘레 130m짜리 공사장 가림막 뒤에 숨었던 서울시청 신청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일 가림막을 걷기 시작해 24일이면 전체적인 모습이 공개된다. 2008년 3월 31일 첫 삽을 뜬 지 4년2개월 만이다. 서울 시청 신청사는 옛 시청 건물을 복원한 본관과 삼각형 유리 7000여 장을 이어 외관을 단장한 신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오랜 계획 끝에 사업비 3000억원을 들여 새롭게 세운 서울시 신청사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건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중앙SUNDAY에서 미리 가보았다.

시청 신관과 본관의 활용 방안 및 입주 부서가 최근 확정됐다. 지하 4층, 지상 5층 규모의 본관(1만8977㎡)은 서울의 대표 도서관이 될 ‘서울 도서관’이 들어서게 된다. 지하 5층, 지상 13층의 신관(7만1811㎡)엔 ‘시티갤러리’(가칭)와 시 공무원이 사용할 사무공간 등이 들어선다. 신청사 곳곳엔 시민을 위한 공간을 배치해 열린 시청을 지향한다. 시청사 앞 서울광장이 ‘수평의 광장’이라면 신청사는 하늘을 향한 ‘수직의 광장’을 표방한다. 신관에 태평로와 서울광장을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가 설치되면서 위에서 즐기는 광장의 기능을 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신청사의 디자인을 총괄한 유걸 아이아크 대표는 “국제도시 서울에 어울리는 지속 가능한 건물,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도록 설계했다”며 “이를 위해 친환경 공법 등 현대 건축이 제공하는 모든 기술을 활용한 디자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1926년 경성부 청사로 건설돼 해방 이후 지금까지 서울시청 청사로 사용되고 있는 본관. 등록문화재 52호인 파사드(전면부)와 돔, 중앙계단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부분만을 살리고 모두 해체하는 등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했다. 남겨진 부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체하고 복원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본관동 전면부를 공중에 띄운 채 지하 공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진동이 전해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본관 문화재 복원비로만 약 130억원이 들었다.

본관동은 온전히 도서관으로 쓰인다. 서울도서관은 9월 시범 운영을 시작해 10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1~4층 파사드 내부에 서가를 설치한 모습이 도서관의 명물이 될 전망이다. 전층이 개방된 구조로 한눈에 서가를 볼 수 있게 된다. 홀 곳곳에도 서가를 배치하는 데, 사이 사이 열람 좌석을 놓아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중앙계단에서 이어져 있던 태평홀과 시장실 등은 해체 후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이곳은 서울시청이 지나온 86년의 역사를 전하는 전시관으로 운영된다. 1층엔 도서관 안내 및 서비스 센터, 장애인 열람실 등이 배치된다. 2~3층은 주로 신간 서적과 서울 관련 자료를 비치하고 4층은 북카페와 디지털 자료실, 호텔 비즈니스 센터와 유사한 시민용 ‘스마트 오피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 3, 4층은 중요한 자료와 책을 보관할 서고가 들어선다.

가림막을 걷어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신청사.
신관에 설치되는 공공미술작품 ‘메타서사-서벌’.
도서관으로 변신하는 시청 본관 내부 조감도.

서울 도서관은 앞으로 시내 133개 도서관을 연결하는 ‘허브 도서관’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 각 도서관을 위한 지역 밀착형 정책을 만들어 보급한다. 도서관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간 서울 지역 각 도서관은 수험생 중심의 학습공간으로 이용돼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서울시가 서울 도서관 운영을 위해 참고한 뉴욕 공공도서관(장서 1000만 권)의 경우 단순한 책 대여 서비스만이 아닌 다양한 지역 밀착형서비스를 제공한다.
윤영철 문화예술과장은 “개관 이후 시내 모든 도서관의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한 홈페이지를 구축해 통합 검색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회원증을 발급해 회원증 하나로 모든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독립 사업소로 운영되는 서울 도서관 관장은 3급 상당의 개방직 공무원이 맡게 된다. 서울시 조직 개편(7~8월) 이후 명망 있는 도서관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공모할 예정이다. 상주 직원은 45명이고 시민자원봉사자의 참여도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장서 권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서울시 종합자료실이 소장한 13만 권이 이관되고 7만 권은 새로 구매할 예정이다. 20만 권으로 시작, 매년 5만 권을 구매해 장서를 총 70만 권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서울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은 장서 850만 권을 보유하고 있다.

신청사 신관은 외벽에 유리 6948장을 이어 덮은 커튼월(유리외벽)이 특징적인 건물이다. 지하 5층, 지상 13층 규모다. 길이 106m, 높이 40m의 전면을 덮은 커튼월은 1㎡당 24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고성능 단열 유리로 이루어졌다. 건물 상층부가 처마 모양으로 돌출돼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여름엔 햇볕이 내리쬐는 것을 차단해 온도가 오르는 것을 막아주고 겨울엔 햇볕을 통과시켜 건물을 데울 수 있도록 했다. 옥상엔 태양광 집광판 1068장과 태양열 집열판 236장을 설치했다. 지하 200m엔 파이프 218개를 묻어 지열을 흡수해 냉방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태양에너지와 지열을 모아 신청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하루 전기 소비량 870㎾ 중 23%(200㎾)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건물이라는 게 시청 측 자랑이다.

신관 전면에 자리 잡은 에코플라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면부를 감싼 폭 6~8m짜리 통로로 벽면에 다양한 식물을 심어 자연스럽게 환기가 되도록 했다. 여름에 찜통이 되고 겨울에 냉골이 되는 유리 건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이 공간은 시민 휴식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에코플라자에서 사무공간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엔 한국의 대표적 설치미술가인 전수천 작가의 ‘메타서사-서벌’이 설치된다. 광섬유와 알루미늄 등 미래적인 소재를 이용해 물방울과 회오리 치는 모습을 형상화, 에스컬레이터와 투명 엘리베이터를 휘감고 올라가는 모양을 보여준다. 작품 높이는 16m에 달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이용자들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구조다.

신관 건물의 지하 1, 2층엔 ‘시티갤러리’(7603㎡·가칭)가 만들어진다. 시티갤러리는 본관과 지하철 1·2호선 시청역으로 연결된다. 갤러리는 ‘시민 참여형 생활마당’이라는 컨셉트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각종 강의·공연·전시 등이 수시로 열릴 예정이다. 현재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TF팀이 이 공간을 채울 콘텐트를 개발하고 있다.

정헌재 시민소통담당관은 “일방적인 시 홍보행사가 아닌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를 많이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신청사 8~11층 다목적홀(500석 규모)과 옥상라운지 등도 모두 시민에게 개방되는 시설이다. 시는 다목적홀 등을 둘러보는 시청 투어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신청사의 사무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은 단점이다. 총 연면적 9만6000㎡ 중 사무공간은 2만7000㎡ 남짓. 이 때문에 효율성이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청 본청 공무원 4000여 명 중 절반가량인 2000여 명만이 입주할 수 있다. 나머지는 덕수궁 옆에 있는 서소문 청사를 사용하게 된다. 시민들 사이에서 “신청사를 왜 건립했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공간이 협소해 어느 부서가 새 건물을 쓸지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로 박원순 시장이 강조한 정책을 집행하는 부서들이 신청사에 입주한다. 신관 1층엔 민원센터인 다산플라자와 장애인복지과가 들어선다. 2층은 대변인실·시민소통기획관실과 기자실 등이 배치되고, 시장·부시장실은 6층에 자리 잡게 된다. 3층은 주택실, 4층은 복지건강실이 사용할 예정이다. 이 밖에 행정국(7층), 경제진흥실(8, 9층), 도시안전실(10층), 도시계획국(11층)도 신청사 입주에 성공했다.
오형철 총무과장은 “본청으로 옮겨갈 부서들이 간 후 민간 건물에 세 들어 있는 부서 등이 별관으로 이전해야 하는 등 이사계획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며 “최종 정리까지는 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계 일각에선 서울시청 신청사가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스센터, 한국프레스센터 등이 빼곡한 고층 빌딩의 숲에서 신청사는 움푹 들어가 있어 생경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유리 외관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이에 대해 유걸 대표는 “역동적 조화를 꾀한 설계”라며 “한국인의 생활이 50년 전과 굉장히 다른 것처럼 앞으로의 우리 생활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신청사는 이런 생활의 변화를 예측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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