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티켓 판매권, 지난해 가장 큰 선물이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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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비즈니스의 관행을 깨고 투명한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직원들도 모두 기뻐해 연말에 큰 선물이 되었죠.”

인터파크(http://www.interpark.com) 이기형 대표(38)는 지난 12월 22일 공개 입찰을 통해 ‘2002년 월드컵 티켓 판매 대행 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며 ‘승리’라는 표현을 자주 입에 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선정과정에는 말도 많고 우여곡절도 많았기 때문.

애초 촉박한 일정 가운데 사업자를 선정해야 했던 월드컵조직위원회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자를 내정한 상태였으나, 국정감사를 거치며 특혜 여부에 대한 시비가 일자 사업자 선정방식을 공개 입찰로 바꾸었다.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발표일인 22일에도 잡음이 있었고, 결국 입찰에 응한 두 업체에 대한 기술 심사 결과 발표와 수수료 최저가 입찰을 거쳐 티켓파크가 사업자로 선정된 것. “정당하게 싸워 따냈으니 과정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성공적인 월드컵을 위해 조직위와 긴밀히 협의해 가며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지요.”

인터파크는 결과가 나온 직후 기존 티켓파크 운영 인력에 솔루션 개발과 마케팅, 기획, 고객 서비스 센터 인력을 추가해 월드컵 티켓 판매 대행 관련 본부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2001년 2월 15일부터 예약이 시작되는 월드컵 티켓 판매는 그 과정도 4단계로 복잡한데다 규모도 74만1천매, 약8백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인터파크가 써낸 수수료율이 4.78%이니 어림셈으로도 38억여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

이런 직접적인 수익 외에도 더 많은 부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티켓 전산망 사업에 있어 세계적인 공인을 얻은 셈이니 선두업체로서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되었고, 2001년 새로운 사업으로 계획한 해외 솔루션 판매에서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매출목표 1천억, 손익분기점 달성할 터”

이기형 대표는 기업과 학교를 중심으로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1996년 국내 최초로 쇼핑몰 서비스를 시작한 전자상거래 1세대다. 당시 데이콤에서 사내벤처 식으로 육성하던 ‘소사장제’에 채택되어 사이버 마켓 소사장으로 인터파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데이콤에 들어가 정보화에 눈뜨면서 인생이 크게 바뀌었죠. 열정이 되살아나 굉장히 몰두하며 공부했던 시기예요. 하다 보니 기획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그는 누구나 그러하였듯이 사회에 대해, 국가에 대해, 그리고 사람에 대해 생각과 고민이 많았다. 철학에 집중하기도 했지만 뭔가 시원스런 해답을 갖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데이콤에 입사하면서 “정보가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하도록 열려 있으면 인류문화가 얼마나 풍부해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이에 기여하며 살고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전자상거래 역시 사람 사이에 정보와 감정이 교환되는 콘텐츠입니다. 쇼핑은 어떤 것보다 문화적인 행위이거든요. 그 옛날 사냥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천문학을 전공하고 인류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리고 지금도 글쓰며 살고 싶다는 소망 한 자락을 감추고 살아가는 이대표는, 경영에서도 ‘합리성에 근거한 조직문화’를 우선으로 꼽는 청년다움을 드러낸다.

“불합리한 관행이나 선입견으로 좋은 생각들이 사장되는 것을 가장 참을 수 없다”면서, 앞으로 조직이 더욱 팽창되어도 각 팀의 자율권을 최대한 살려주는 쪽으로 경영을 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현재 인터파크가 티켓파크, 북파크 등과 같은 전문 몰 단위 팀제로 나뉘어 운영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업적으로는 계속 업무 자동화를 추구해 시스템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자상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겁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시스템이 일하게 해야 합니다. 고정비 외에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변동비가 전자상거래에서는 들지 않아야 비로소 ‘전자상거래’라고 이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야만 또 다른 거대한 변화가 와도 견딜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으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인터파크는 ‘최초’인 만큼 시장개척 등 모든 면에서 고군분투하며 성장해왔다. 요즈음 중대형 쇼핑몰 대부분은 초기 인터파크 입점몰이었다. 전자상거래라는 개념조차 없을 때 사업을 시작해 이대표는 이곳저곳 불려 다니며 강연과 설명을 해야 했고, 많은 사람들이 인터파크를 거치면서 EC전문 인력으로 훈련되어 나갔다.

“처음엔 아쉬웠죠.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인터파크가 이런 식으로 학계와 업계에 기여하고 인터넷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전자상거래를 통해 투명한 세상을 만드는 데도 적절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대표는 이미 전자상거래가 기존 유통의 틀을 깨고 힘의 중심을 소비자에게로 옮겨놓은 만큼 투명한 세상을 만드는데도 큰 몫을 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2000년 하반기 들어서면서 눈에 띄게 큰 폭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가 비로소 전자상거래에 있어 “결정적인 수치를 넘어선 원년”이라고 말하는 이대표는 이런 추세에 따라 2001년 매출 목표를 1천억원으로 잡고 있다. 물론 월드컵 티켓 판매 대행 사업은 별도다.

이대표는 거품이 아닌 실질적 기업가치를 상승시켜 자본주의 룰에 적합한 기업을 만들겠다며, “2001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각오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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