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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고 따돌림 당해…방화범된 다문화 소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사진=JTBC 캡처]

학교와 주택가에 여러 차례 불을 지른 소년이 붙잡혔다. 그런데 알고보니 친구들의 놀림에 상처를 받은 다문화 청소년이었다고 JTBC가 15일 보도했다.

한 소년이 중학교 건물에 화염병을 던지며 낄낄거린다. 점점 대담해져 주차장과 빌라에까지 불을 지른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18살 정 모군을 체포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다문화 가정 출신인 정군이 한국에서 겪었던 아픈 과거가 드러났다.

정군은 러시아 유학 중이던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2살 때 아버지가 사망했고 어머니가 양육을 포기하면서 한국의 할아버지,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게 됐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특이한 외모 때문에 '튀기' 같은 별명으로 놀림을 당했고 중학교 땐 우울증까지 생겼다. 급기야 가출을 했는데 정군을 찾아나선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결국 학교까지 자퇴하고 방화 범죄를 시작한 것이다.

정군은 어렸을 때만 해도 손재주가 눈에 띄는 착한 아이였다. 정군의 친구 어머니는 "마음만 먹고 하면은 잘 할 수 있을 애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면서 방황이 시작됐다. 정군의 할아버지는 "학교 간다고 해놓고선 나가버렸어요"라고 말했다.
급기야 방화 범죄에 빠져들었다. 정군은 자신이 불을 지른 뒤 출동한 소방차를 화재 현장으로 안내할 정도로 대담해졌다. 경찰은 심리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규동 서울광진경찰서 강력계장은 "피의자에 대해서는 심리 치료 등을 병행해서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고 밝혔다. 모두를 안타깝게 하는 정군의 범죄, 우리 사회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온라인 중앙일보,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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