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 협력업체 끌고 김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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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일본의 대기업인 구로다전기(黑田電氣)㈜와 20여개 협력업체가 경남 김해에 진출한다.

 경남도와 김해시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12 경남도 투자설명회’에서 일본 구로다전기와 전용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구로다전기는 평판디스플레이·자동차부품·정보통신 장비 등을 중심으로 연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이다.

 양해각서의 핵심은 구로다전기와 20여 개 협력업체가 김해시 한림면 일대 70만㎡에 일본기업 전용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4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들 업체가 공장을 건립하면 투자액은 더욱 늘어난다.

 이 산업단지는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2014년 공장용지 50만㎡ 규모로 완공할 예정이다. 조성면적·위치 등은 현재 김해시와 협의 중이어서 변경될 수 있다.

 김해에 옮겨오는 분야는 자동차·첨단의료기기의 부품공장으로 알려졌다. 구로다전기와 협력업체가 가동되면 1600명 이상의 한국인 신규고용과 연관산업 육성효과가 기대된다.

 구로다전기의 김해 진출에는 협력업체인 이코리아산업㈜(전자전기업종)의 힘이 컸다. LG전자의 협력업체이기도 한 이코리아산업은 김해 장유에 공장이 있으며, 구로다전기와 공동으로 인도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코리아산업의 정태영(48)대표는 구로다전기가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 진출을 적극 권유했다고 한다. 구로다전기의 해외 진출은 지난해 원전사고 이후 일본내 전력난 등 불안한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향후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태국·베트남·중국도 진출 대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인건비가 싼 대신 홍수 같은 위험이 있고 기술이 취약하며 지적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 많은 분야에서 한국보다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이미 진출해 있는 베트남·중국 등을 피해 한국에 진출해 자재 등의 구매선 다변화가 필요했던 점도 한국 진출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구로다전기는 한국진출 결정에 앞서 20여 개 협력업체로부터 찬성 의견을 받기도 했다.

 이에 이코리아산업 측이 김해시·경남도에 협조요청을 했고 김해시·경남도가 행정적 지원을 약속해 구로다전기의 진출이 구체화한 것이다.

 오춘식 경남도투자유치과장은 “기업 간 신뢰를 중시하는 구로다전기가 무엇보다 그동안 신뢰를 쌓아온 이코리아 측의 주선을 더 중시해 투자를 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남도는 산업단지 조성이 본격화하면 지식경제부와 협의해 ‘외국인기업 전용단지’ 지정 절차를 밟고 이에 따른 법인세 감면 같은 지원을 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김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면서 KT와 공동으로 850억원을 투자했었다. 김해에 일본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맹곤 김해시장은 “구로다전기의 투자는 더 많은 일본기업이 김해에 투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보·통신(IT)허브도시, 첨단 미래산업 도시, 김해의 도시브랜드를 걸고 글로벌 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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