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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노인, 치매에 걸릴 확률 2.4배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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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분녀(82·가명) 할머니는 경증치매 환자로 서울 강남구의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정신이 불분명한 데다 일어서면 다리가 떨려 집 밖으로 잘 나가지도 못한다. 그래서 구청에서 알선한 노인돌봄사업 도우미가 주 3회 집에 와서 가사를 돕는다. 할머니는 “아픈 데가 많고 정신이 없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처럼 사별·이혼·별거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이 배우자가 있는 노인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신경정신과) 교수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다. 김 교수팀은 홀로 사는 노인 2647명과 배우자가 있는 노인 3494명을 비교했다.

 복지부 임을기 노인정책과장은 “혼자 살면 다른 사람과 말을 하거나 교류할 기회가 적어져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은 데다 적게 움직이게 돼 치매에 많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기로 한 이유다. 독거노인은 올해 기준으로 118만7000명. 전체 노인의 20.2%에 달한다. 복지부는 우선 이달 안에 75세 이상 노인 53만 명 전원을 대상으로 치매 무료 검진을 시작한다. 65세에 비해 치매 위험이 80% 더 높아 이들부터 대상으로 했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대전시립요양병원 등 전국 7개 국공립요양병원에서 인지능력 개선프로그램에 우선 참여토록 유도하게 된다. 월 소득이 전국 1인가구 평균소득의 절반(월 72만5000원)이 안 되는 저소득 노인에게는 매달 3만원의 약값을 지원한다. 정부는 또 독거노인이 집 밖으로 나와 다른 노인들과 어울리게 하는 ‘독거 탈피’ 사업도 벌인다. 농어촌이나 도농통합형 지방도시에서 시행 중인 노인공동생활가정은 도시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서울 영등포 노인복지관의 ‘함께살이’ 사업을 모델로 삼았다. 일명 ‘독거노인 두레모임’이다. 과거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해 부락이나 마을 단위로 만든 두레 조직을 본떴다. 독거노인 10명이 한 그룹이 돼 월 1회 정기모임을 한다. 또 2명이 한 조가 돼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찾아 안부를 확인한다. 이런 두레모임 10개(120명)가 아픈 독거노인 480명을 돌볼 수 있다. 영등포 노인복지관의 황성애 과장은 “독거노인끼리 친구가 되고 외로운 노인을 돕게 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돼 우울증·치매를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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