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부모와 아이의 전략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탈출 프로그램인 ‘수퍼키즈’에 참여하며 소아비만의 진짜 주범은 스트레스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아이들을 음식의존증에 빠뜨리는 주범은 대개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이다.

그런데 정작 스트레스를 피하라는 주문을 하면 엄마들은 대개 스트레스 될 만한 상황을 피하는 회피전략으로 오해한다. 지나치게 특정상황에 대해 회피하려고 하다 보면 아이에 대한 또 다른 과보호를 낳을 우려가 높다. 엄마가 아이의 눈을 가리고 스트레스대상이 없는 곳으로 끌고 가 접근을 금하는 아주 간단하고 명확한 지름길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사실 진정한 스트레스 대처법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의 수준을 낮추고 당면한 스트레스를 슬기롭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자기주도적인 방법을 연마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대응력 키우기의 시작은?

아이 스트레스 대응력 키우기의 시작은 아이의 일상을 점검하는 데서 시작한다. 아이들은 비밀을 만드는 일을 잘한다. 다시 한 번 면밀하게 살펴 부모들이 알지 못했던 내 아이의 스트레스를 발견하기 바란다.

가령 학교에 왜 가기 싫어하는지,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없는지, 놀림의 대상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사람이나 연예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기 비하에 빠지고 있지는 않은지 등 상황들을 세심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이러한 걱정이나 상황들이 해결할 수 있거나 사소하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때가 많다.

스트레스를 주는 또 다른 중요한 대상 ‘음식’

소아비만인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또다른 중요한 대상은 음식일 것이다. 소아비만 어린이가 다이어트에 돌입하기 전 집안의 나쁜 음식들, 과자나 탄산음료, 라면, 만두, 즉석돈까스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모조리 집에서 치우라고 주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집안에 먹고 싶은 음식이 지천에 깔려있는데 그것 때문에 갈등하지 않을 아이는 없기 때문이다.

아이의 용돈을 통제하라는 주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아이 수중에 돈이 있으면 학교에서나 등하교시에 괜한 갈등과 고통을 야기하거나 하지 않아도 될 거짓말의 유혹에 아이를 빠뜨리기 십상이다.

스트레스다운사이징에 도움이 되는 활동 늘려라

대신 아이의 스트레스다운사이징에 도움이 될 만한 긍정적인 활동을 늘리는 것이 좋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한 채 긴 시간을 견디는 것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 지루하고 긴 시간을 채워줄 긍정적인 취미활동이나 신체활동, 운동거리가 있다면 그 고통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지루하게 버티며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다 보면 더 식탐만 커지고 만다. 아이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일, 산책, 재미있는 취미거리를 제공하면 솟아오르는 배고픔을 잊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정서적 지지나 불안감 줄이기 위한 대화 필요

자존감 저하나 높은 스트레스만큼 중요한 심리치료 대상이 아이의 과잉행동, 산만함, 공격성이나 짜증, 무기력함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보이는 정서적 지지나 불안감을 줄여주는 정서적 대화 등이 이런 문제 심리들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가져다 준다. 특히 엄마와 아이 사이의 정서적 대화는 서로의 유대감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아이가 가진 다양한 불안과 두려움을 낮추는 가장 좋은 치유책이다. 이러한 대화 역시 서로의 기분과 감정을 헤아리는 정서적 대화 관계를 유지하되, 대화의 내용은 아이의 자발성을 높이는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

아이의 자발성을 높이는 대화란 각종 문제에 관해서 아이에게 선택과 판단의 여지를 더 제공하는 대화라고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존감 향상과 더불어 문제해결능력 증진의 효과를 가지게 된다.

자존감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몸맘뇌 대화법

하나,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는 눈을 맞추고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라.
둘, ‘해라, 하지 마라’는 식의 명령이나 금지어가 아닌 세밀한 정보 형태의 말을 하라.
아이가 어릴수록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행동들을 유도하는 정보들이어야 한다.
셋, 아이의 기분이나 정서를 이해하고 있음 자주 상기시키고 확인해주라.
‘너의 마음을 알고 있어, 그런 기분이었구나’라고 매번 확인해주는 것이 아이의 심리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방법이다.
넷, 결론을 미리 강요하지 말고, 의견을 서로 나눈 뒤, 아이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하라.
다섯,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자주 물어 자신의 의견과 판단을 개진할 수 있게 하라.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나면 아이는 이내 실천한다. 이것이 아이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의견을 물어 아이에게 실천 동력을 불러일으키라.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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