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르랠리] 모래언덕·자갈·돌…사선을 넘어

중앙일보

입력

이슬람교국 모로코의 아침은 먼동이 트기 직전인 오전 4시30분쯤 알라신에 대한 경배로 시작한다.

짙은 어둠이 깔린 거리 위로 울려퍼지는 코란 독경소리는 수천년간 저주받은 불모의 땅에서 숨져간 수많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진혼곡 같기도 했고, '지금까지의 고통은 상관 않겠으니 앞으로만이라도 축복을 내려달라' 는 희망을 담은 절박한 호소로도 들렸다.

알라신의 축복이 가장 시급한 사람들은 2001 파리~다카르 랠리에 출전한 선수들이다. 5일(현지시간)까지 3천1백79㎞를 달린 2백69명의 출전자들은 앞으로 16일간 7천5백60㎞를 더 달려야 한다.

5일의 엘 라시디아~우아르자자트 간 5백72㎞는 전형적인 사막길이었다.

포장도로 57㎞를 지나 시작하는 3백33㎞ 경쟁구간은 자갈길과 돌길, 수십~수백m 높이의 듄(dune.모래언덕)들로 이뤄진 에르그(erg)지대였다.

그리고 급격하게 길의 방향이 꺾이곤 하는 와디(wadi)의 연속이었다. 와디는 비가 와야 강의 모습을 되찾는 '마른 하천' 으로 수많은 자갈.돌들이 깔려있다.

스펀지처럼 차량의 추진력을 흡수하는 에르그 지대는 5㎞만 달려도 선수들과 차량의 힘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자갈길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냈다간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바위나 구덩이에 봉착하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모터사이클 부문에 출전한 크로아티아의 즐라트코 카드르니카는 자갈길에서 좌초했다.

20m 전방의 좌우 갈림길에 신경 쓰다 코앞의 15㎝ 크기 돌덩이를 피하지 못했다.

모터사이클이 뒤집히며 2~3m 솟구친 카드르니카는 '땅바닥에 등부터 떨어지며 수차례 굴러 '왼쪽 쇄골이 세조각 나는 중상을 입고 경기를 포기했다.

전날까지 차량 고장으로 7명이, 5일 모터사이클 출전자 2명이 부상하면서 경주를 각각 포기했다. 기아 스포티지는 대런 스킬턴이 16위, 커트 르 덕이 80위를 달리고 있다. 6일 경주는 우아르자자트에서 '사막의 문' 이란 뜻의 굴리민까지 6백8㎞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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