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후의 2012 미국대학 입시전략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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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 평준화로 치열해진 입시경쟁

최근 치열한 미국대학 입시의 원인은 베이비붐 세대가 대학에 진학하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를 직접적 원인으로 볼 수 없다. 지난 10년간 대학에 지원하는 12학년(미국 기준) 학생 수는 20% 증가한 반면, 주요 대학 지원자 수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절대적인 지원자 수의 증가보다 한 명의 지원자가 여러 대학에 중복 지원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이다. 예전엔 지원자 한 명6~7개 대학에 지원했지만, 공통원서와 인터넷 발달로 지원이 쉬워지면서 최근엔 12개이상 대학에 지원하는 지원자가 많아졌다. 중복지원이 늘었다는 점 역시 치열한 입시경쟁을 완벽히 설명하진 못한다. 중복지원이 늘어도 합격조건을 갖춘 지원자는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최근 입시의 중요한 화두는 상위권 지원자의 상향평준화다. 2011년 기준으로 대학에 지원하는 12학년 학생의 평균 SAT 점수는 5년 전과 비교해 18점 하락했다. 상향평준화와는 상반된 흐름이다. 하지만 한 단계 깊이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아시아계 학생의 SAT 평균점수는 5년 전보다 40점이 상승했다. 중하위권 학생의 점수 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위권 학생의 SAT 점수는 평균적으로 100~150점 정도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SAT-I 수학 섹션 600점은 아시아계 학생 중엔 상위 53%지만, 흑인 학생 중엔 상위 1%, 라틴 학생 중엔 상위 2%에 해당한다.SAT-I 리딩 섹션 700점이 흑인 학생과 멕시칸 학생에게 상위 1%에 해당하는 반면, 아시아계 학생에겐 상위 9%에 불과하다. 아시아계 중에서도 한국 학생이 유독 시험에 강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같은 통계가 얼마나 큰 차이인지 실감할 수 있다. 버지니아 대학은 대형 주립대임에도 작년 수시전형 합격자 SAT 평균점수가 2119점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뜻한다.

 한국학생의 높은 SAT 점수는 미국대학도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그라튼·밀튼·세인트폴 등 미국 최상위권 보딩스쿨 재학생의 SAT 평균점수는 2100점을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국내와 주요 아시아 지역 국제학교, 미국 상위권 보딩스쿨에 재학하는 한국 학생의 SAT 평균점수는 2200~2300점에 달한다. 미국의 평범한 고교에서 평범한 성적을 받은 평균 수준의 한국 유학생이 상위 7%에 해당하는 2000점 이상 점수로 대학에 지원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AP 응시과목 수와 평균점수도 한국학생이 압도적이다. 최근엔 공인시험 점수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데 한계를 느낀 상위권 학생들이 AP 영문학에 응시하는 등 고난도 시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도 한다. 응시과목 수와 점수뿐만 아니라 시험과목에서도 상향평준화 바람이 부는 것이다.

 공인시험에서 상향평준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비교과 분야에서도 상향평준화 현상이 생겼다. 예전엔 교내 클럽에 참여해 리더십 포지션을 따내고 수상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지금은 교내·지역·전국·국제 단위로 경력을 기입하는 공통원서 서식에 맞춰 다양하면서도 창의적인 비교과활동이 줄을 이룬다. 대회에 단순 참가하지 않고 사무국을 구성해 대회를 직접 개최·운영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끌어가는 능동적인 능력까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비교과활동의 폭이 넓어지고 많은 활동에 참여하다보니, 공통원서의 17개 칸이 모자라 추가로 이력서를 덧붙이는 사례도 흔해졌다. 비교과 분야의 상향평준화가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과와 비교과 분야에서 모두 상향평준화가 이뤄진 현재, 미국 대학 지원하려면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까. 다음 편에선 상향평준화 시대에 상위권 지원자가 효과적으로 자신을 부각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권순후 real sat 어학원 대표, 『어드미션포스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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