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포스코가 정권의 입김에서 벗어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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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포스코는 우리의 자랑거리다. 세계 3위의 철강업체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12위권의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이다. 이런 포스코를 우리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포스코 회장 자리는 정권의 전리품이 돼선 안 된다. 아무리 큰 기업도 졸면 죽는 세상에 최고경영자(CEO)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자리를 이명박 정권이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골라 앉혔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박영준 전 차관이 2009년 1월 정준양 현 회장을 앉히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뒀다. 경쟁 후보를 불법 사찰까지 하면서 강제로 주저앉혔다고 한다. 정 회장의 CEO 자질은 별개 문제다. 우리가 지적하는 건 선임 과정의 하자다. 이사회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선임해야 할 회장 자리를 일개 차관이 끼어들어 좌지우지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포스코 역사상 이런 일은 거의 없었다. 고(故) 박태준 회장이 병풍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강제 외유(外遊) 나간 김영삼 정부 때 딱 한 번 김만제 회장이 선임됐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역시 박 회장의 힘이 빠진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박 회장이 사망한 지금, 앞으로의 포스코가 걱정되는 이유다. 대체 누가 바람막이를 할 것인가. 들어서는 정권마다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려 들 거고, 포스코 내부도 덩달아 흔들릴 것이다. 경영은 뒷전인 채 대선주자에게 줄서기를 하려 들 게 뻔하다. 이런 일이 한두 번 더 계속되면 포스코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

 정권의 입김을 차단해야 한다. 정권이 전리품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 더불어 포스코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승계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짜서 제대로 실천하라. 유능한 임직원을 차세대 회장감으로 선정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도록 구조를 짜고, 그중 한 명을 차기 회장으로 뽑아라. 이런 식으로 대못을 박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 방법뿐이다.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