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아이들에게 병든 쇠고기 먹여 돈 벌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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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이들이 학교 급식으로 먹은 쇠고기가 병든 한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노하지 않을 부모가 있겠는가. 아이 건강에 당장 이상이 있지나 않을지 바늘방석에 앉은 듯 불안할 뿐만 아니라 식품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학교를 불신할 것이다. 청주지법 민사합의 12부는 병든 소를 불법 도축해 학교 급식용 재료로 납품한 업자 두 명에게 학생 한 명당 30만원씩 총 1억74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그제 판결했다. 한살림 청주생협 등 시민단체들이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친 업자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여 학부모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받아냈다고 한다.

 이번 배상금 판결이 양심 불량 업자들에게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하지만 현재 구속 중인 업자들의 행위를 보면 이 정도 액수의 배상금은 학부모들의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업자들은 병들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소, 질병으로 죽은 소를 불법 도축해 도축 검사 증명서·등급판정 확인서 등을 위조한 뒤 100여 개 초·중·고교에 납품했다고 한다. 인체에도 유해한 브루셀라병이나 결핵 같은 질병에 감염됐을지도 모르는 소를 아이들 밥상 위에 올려놓게 하고 돈벌이를 한 셈이다. 그러니 이들에게는 평생 병든 쇠고기를 먹게 하는 징벌을 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먹는 음식물을 속여 돈을 벌려는 자는 엄벌에 처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 다중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불법행위로 벌 수 있는 이득보다 훨씬 많은 경제적 손실을 함께 부과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불법 도축행위는 현재 징역 7년 이하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나 도축검사증명서 등의 위조 행위는 처벌 수위가 훨씬 낮다는 점에서 처벌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 급식의 안전 문제는 학교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 학교 단위로 학부모들이 감시단을 만들어 식자재를 자체 검수하고 있으나 육안 검사에 불과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농림수산식품부가 시·도 교육청과 힘을 합쳐 학교에 납품되는 축산물의 위생, 이력, 원산지 등을 합동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