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인터넷 결혼중매 사이트 열풍

중앙일보

입력

결혼 배우자를 미리 정해두는 정혼(定婚)풍습이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는 인도에서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과 중매쟁이, 청춘 남녀들 사이에 인터넷을 통해 신랑.신부감을 찾는 새로운 풍속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인도의 괄리오르에 살고 있는 소녀인 군잔 라티는 인터넷의 결혼 사이트를 통해 아프리카 우간다에 살고 있는 디파크 싱하니아라는 청년을 만났다.

싱하니아는 미국에 거주하는 인도인인 산데쉬 샤르다가 운영하는 결혼 사이트(www.cyberproposal.com)에 자신의 프로필을 올려 군잔을 배필로 만나게 됐다.

싱하니아는 "앞으로 남은 일은 인도로 날아가 군잔과 그의 부모를 직접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 웹사이트 운영자인 샤르다는 "2년전만 해도 인터넷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으나 요즘에는 배우자를 찾는 또 다른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인도인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터넷의 여러 결혼사이트들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생겨나고 있는데, 이밀랍닷컴(imilap.com)을 운영하고 있는 아누 사리아(여)는 지금의 남편이 배우자를 찾기 위해 개설한 웹사이트를 통해 결혼에 이르게 됐다.

그녀는 "남편이 총각시절 여기저기 결혼 웹사이트를 찾아다니다가 만족스런 사이트를 찾지 못하자 직접 웹사이트를 개설했으며, 거기서 나와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샤르다가 운용하는 사이버프로포절닷컴은 매일 300명의 남녀가 새로 등록하고 한달 조회수가 60만건을 넘어서는 등 대단한 성황을 누리고 있다.

인디언매트로미니얼(Indiamatrominial.org)을 운영중인 드루먼드 마일즈는 무료로 사이트를 운영해왔으나 네티즌들의 접속이 늘면서 유지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유료사이트로 전환했다.

마일즈는 자신의 사이트에 주로 접속하는 사람들의 직업은 의사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사업가, 건축가, 변호사 등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라고 소개했다.

마일즈는 "많은 중매쟁이들이 자신의 결혼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결혼사이트가 인도의 전통적 중매쟁이와 경쟁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결혼적령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는 자녀의 정혼을 위한 일반적인 수단으로 신문광고에 주로 의존해왔으며 신문 편집자들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신문광고가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문 광고와 비교해 결혼 관련 웹사이트는 상대방과 e-메일로 접촉,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데다 프로필을 새롭게 고쳐 게시할 수도 있고 접속횟수에 따른 네티즌 사이의 인기도를 따지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샤르다는 "직접 물어보기 곤란한 질문을 e-메일을 통해 던질 수 있다는 점이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매쟁이들은 많은 웹사이트들이 e-메일 주소의 진위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회원가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결혼사기꾼들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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