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타, 이런 모습 처음이야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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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티네스 무패행진 마감

1회초 선두타자 케니 롭튼의 안타는 상서로운 징조임이 분명했다. 9회초 롭튼은 다시 솔로 홈런을 날렸고, 경기는 2-1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승리로 끝났다.

더불어 페드로 마르티네스(29, 보스턴 레드삭스)의 무패행진도 그렇게 끝이 났다.

인디언스와 마르티네스의 악연은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새롭게 레드삭스의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던 마르티네스는 비록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9이닝동안 12탈삼진, 2실점의 빼어난 투구로 '인디언 킬러'로서의 데뷔전을 치뤘다.

그 후 이 경기가 있기 전까지 인디언스는 마르티네스에게 9승을 헌납했다. 특히 그의 컨디션이 최악이었던 지난해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인디언스 타자들은 10이닝동안 점수는 커녕 3개의 안타만을 뽑아내며 '공포 타선'의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비록 마르티네스는 무패행진을 14경기만에 마감했지만(9승1패 방어율 1.60), '천적'으로서의 명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지나쳤던 팬 사랑

우리말로 번역하기 민망한 '본헤드 플레이(bonehead play)'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선두추격에 한창이던 8월 13일, 뉴욕 메츠는 '난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일전을 치루고 있었다. 1-0 간발의 리드를 지키고 있던 4회초 메츠는 만루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상대타자가 친 타구는 얕은 좌익수 플라이.

좌익수 베니 애그바야니(29)는 잡은 공을 관중석의 한 어린이에게 건네주는 훈훈한 장면을 다음, 덕아웃으로 들어가려했다.

하지만 왠일인지 공을 선물받은 꼬마는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했고, 다른 관중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투아웃이라고, 투아웃!"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애그바야니. 다시 공을 받아 홈으로 뿌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던 애그바야니는 7회말에 터진 토드 질의 2타점 2루타로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경기 후 애그바야니가 질에게 술한잔 샀을지도 모르는 일.

◆ 원숭이 나무에서 떨어지다

올시즌 MVP에 버금가는 한 해를 보낸 짐 에드먼즈(30,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외야수)의 수비력은 이미 정평이 난 상태.

에드먼즈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도 머리 뒤로 넘어가는 타구를 그림같은 캐치로 잡아내며 명성을 드높히는 듯 했지만...

10월 13일 뉴욕 메츠와의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 양팀이 5-5로 맞섰던 9회초는 분명 챔피언십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한 중요한 순간이었다.

1사 2루의 찬스에서 메츠의 제이 페이튼은 중견수앞 짧은 안타를 날렸다. 중견수가 강견의 에드먼즈임을 감안하면 절대 들어올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주자 조 맥유잉은 홈을 파는 대모험을 감행했다.

부시 스타디엄에 모인 10만여개의 눈이 모두 에드먼즈에게 집중된 순간, 에드먼즈는 그만 바운드된 타구를 뒤로 빠뜨리고 말았다. 송구를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였다. 결국 맥유잉의 득점은 결승점이 되었고, 카디널스는 2연패로 몰리며 챔피언십을 메츠에게 내주고 말았다.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에드먼즈는 멋적은 웃음조차 지을 수 없었지만, 카디널스의 관중들은 에드먼즈를 박수로 맞이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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