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경제회복·사회안정' 소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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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침체와 구조조정 속에서 지난 한해를 무거운 마음으로 보냈던 직장인들은 2일 새해 계획과 소망을 마음 속에 간직한 채 첫 출근길에 나섰다.

전날 내린 눈으로 도로가 얼어붙어 출근길이 고생스러웠지만 이들은 희망을 알리는 `서설(瑞雪)'로 받아들이며 `뱀의 지혜로움'으로 침체에 빠진 경제가 일어서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했다.

이날 오전 관공서를 비롯해 기업체, 은행과 증권사, 백화점 등은 시무식과 함께 정상 근무에 들어갔으며, 공장.상가 등도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0...시내 각 구청과 동사무소 등은 이날 일제히 시무식을 갖고 새해에는 비효율적인 관행을 버리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차원 높은 행정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하자고 결의했다.

서울 마포구청 문화체육과 문주영(40) 서기는 '월드컵이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국위선양에 한몫 하고 싶다'면서 '올해에는 구내 쾌적한 환경과 문화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남구청은 이날 오후 구민회관에서 직원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립오케스트라 단원 5명을 초청, `나팔수의 휴일' 등 실내악으로 마음을 가다듬은 뒤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0...현대.삼성.LG 등 주요 대기업은 오전 9시를 전후해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갖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자고 다짐했다.

LG전자 구자훈 부회장은 '글로벌적인 관점에서 디지틀 경영을 가속화하겠다'면서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대내적으로도 경기불안 요인이 있는 만큼 올해는 노사가 일치단결해 기업체질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반도체 손석호(32)대리는 '올해는 경제가 회복돼 증시도 되살아나면 좋겠다'면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화목한 가정을 이끌고 싶다'고 밝혔다.

0...지난해말 합병과 관련, 우여곡절을 겪었던 여의도 주택은행 본점과 국민은행 여의도 영업부지점 등 여의도에 위치한 은행들과 증권사들도 시무식을 갖고 힘찬 새출발을 다짐했다.

주택은행 본점 황갑상(43)차장은 '시무식에서 직원 모두가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면서 '은행 합병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행원들이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송인찬(30)대리는 '증권시장이 예전의 활발한 모습을 되찾는 것이 올해 최대의 소망'이라며 '진행중인 금융구조조정이 하루 속히 마무리돼 시장 불안감이 사라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피력.

0...서울 강남구 대치동 의료정보 서비스업체 메디다스(대표 김진태)는 일상적인 시무식을 탈피,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5㎞ 단축마라톤 행사를 갖고 활기찬 새해의 첫문을 열었다.

또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은 2일 0시를 기해 이 회사 경매 사이트(www.auction.co.kr)를 새롭게 개편하는 바람에 전 직원이 신정연휴 기간 내내 회사에 나와 밤을 새는 바람에 시무식을 생략했다.

이 회사 최상기(33) 홍보과장은 '지난 한해는 코스닥 이상과열에 이어 잇따른 폭락으로 정신이 없었다'면서 '올해는 `닷컴 기업'들이 내실을 다져 좋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구로공단내 대부분 제조업체도 지난 3일간의 연휴를 끝내고 이날 일제히 출근, 시무식을 갖고 새로운 한해를 시작했다.

구로공단내 멀티무역㈜ 손병영(34)대리는 '오늘 아침 일찍 직원들이 출근해 마당을 쓸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며 '올해는 제2의 IMF 없이 모든 일이 잘 되기를 직원 모두 소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시장의 대형 의류상가 등에는 이날 상당수 상가들이 문을 열고 영업을 준비하는 등 분주했으나, 남대문시장은 이날까지 휴무를 하는 바람에 썰렁,대조를 보였다.

0...출근길 시민 대부분은 새해 소망으로 경제회복, 사회안정 등을 꼽으며 `뱀이 허물을 벗듯이' 올해는 국민 모두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했다.

회사원 김원정(27.여)씨는 '흰눈이 쌓인 거리를 보면서 새로운 각오를 했다'면서 '연말에 승진된만큼 어깨가 무거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열심히 한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태균(36.회사원)씨는 '항상 새롭게 하는 각오이지만 연말에 돌이켜보면 지켜지는 것은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서울=연합뉴스) 김종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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