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장관 '증권업계와의 간담회'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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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증권거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념 재정경제부장관과 증권업계의 간담회는 시종 증권시장의 `새출발'의 의지를 다지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증권업계의 애로사항을 건의하는 증권사 사장단이나 정부의 새해 증시정책을 설명하는 진 장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모두 '지난해 악몽에서 벗어나 새해에는 반드시 증시를 되살리자'는 각오의 말을 잊지 않았다.

진 장관은 먼저 인사말에서 '막중한 책임과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여는 계기를 마련하자'며 분위기를 살린 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증권시장에 쏟는 관심의 강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많은 중소기업들과 수백만명의 직.간접 투자자들이 증시 폭락으로 눈물과 고통, 어려움을 같이했다'면서 '이는 정부와 유관기관 모두의 책임인 만큼 냉철한 반성을 토대로 경제체력을 보강하는 노력을 해나가자'고 말했다.

간담회 진행을 맡은 박창배 증권거래소 이사장이 업계의 건의를 유도하자 증권사 사장들은 평소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다.

홍성일 한국투자신탁증권 사장, 배창모 증권업협회장, 박종석 투자신탁업협회장, 박승복 상장회사협의회장, 이덕훈 대한투자신탁증권 사장 등이 차례로 나서 '현재 시장에는 3불(불신,불안, 불확실성)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거나 '과도한 시장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면서 부실종금사 기업어음(CP) 문제, CEO들의 책임문제, 퇴출기업 문제 등을 자세히 나열한 뒤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진 장관과 이 금감위원장은 '1월중에 종금사 CP문제를 조치하겠으며 CEO책임한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등 업계의 건의를 일부 수용했다.

특히 진 장관은 '올해는 증권시장이 바로 서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말로 증권업계의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리는데 주력했다.

그러면서도 두사람은 '증시를 살리는 과정에서 임기응변의 방책은 시장을 흔든다'거나(진 장관) '기본적으로 시장에는 조세와 금리의 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이 위원장) 등 원칙을 강조하는 등 일정한 선을 긋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진 장관은 간담회를 마치면서 '이 자리를 나가면서 모두 웃는 모습을 보이자'면서 '희망과 확신을 갖고 증시를 살리자'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지만 지난해 악몽이 떨쳐지지 않는 듯 여전히 어두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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