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잘 가르치는 법 … 교사 둘씩 짝지어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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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달 26일 부산 사상구 사상고등학교 3학년 8반 교실. 29년 동안 수학을 가르쳐온 남상직(54)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학생 2명이 번갈아 나와 칠판에 미분 관련 문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 문제를 다 푼 학생들이 자리로 돌아가자 남 교사가 다시 교탁으로 돌아가 30여명의 학생들에게 어떤 방식이 더 좋은지 묻고 답을 들었다. 교실 뒤쪽에는 새내기 수학교사 박선경(24)씨가 서 있었다. 그는 수첩에 수업 내용을 꼼꼼히 적었다.

 수업을 마친 뒤 두 교사는 곧바로 수학교과 연구실로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며 오늘 수업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수업을 참관한 박 교사는 “ 학생들이 함께 답을 찾아나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남 교사는 “학생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두 교사는 30여분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학교생활 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두 교사는 역할을 바꿔 12일 박 교사는 남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1학년 수업을 진행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달부터 부산시내 10개 고등학교에서 선·후배 교사가 짝을 이뤄 서로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진행방법을 나누는 ‘수업커플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선배 교사는 오랜 기간 수업을 통해 학생 지도법을 일러주고, 후배 교사는 신세대 학생들과 소통법이나 새로운 교육 방식을 전해줄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현재 사상고·덕문여고·연제고 등 10개 고등학교에서 선·후배 교사 20명이 짝을 이뤘다. 같은 과목을 맡은 선·후배 교사들이 2명씩 짝을 지어 번갈아 가며 연간 6번은 수업을 공개하고 나머지 6번은 수업을 참관한다. 대상과목은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과목이다. 수업 후엔 두 교사가 협의회를 열어 수업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기록으로 남겨둔다.

 남 교사는 “기존의 공개수업은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10여명의 교사가 한꺼번에 들어와 부담이 많았다. 수업커플제는 그런 부담이 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박 교사도 “같은 교과목을 가르쳐도 서로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지 않다. 서로의 수업을 듣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같은 과목 선생님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별로 선·후배 교사가 짝을 이룬 경우가 대다수지만 비슷한 연차의 교사가 짝을 이룬 경우도 있다. 올해 말 시범운영이 끝나면 ‘수업커플제’의 다양한 장·단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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