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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아이 둔 24살 엄마의 가수 도전 '뭉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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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 무대에 ‘아줌마’는 없었다. 디바를 꿈꾸며 열창하는 ‘드리머(Dreamer·꿈꾸는 사람)’가 빛날 뿐이었다.

 4일 밤 10시 서울 한전아트센터. 주부 오디션 ‘슈퍼디바’(tvN) 첫 생방송 현장의 열기는 여느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그간 일반인 오디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돼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16강전 첫 대결에서는 개그맨 류정남의 친누나로 유명세를 탄 류국화(41)씨와 강변가요제 ‘바다새’ 출신 김혜정(46)씨가 맞붙어 폭발적인 가창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2살 아이를 둔 24살 엄마’로 화제가 됐던 양성연(24)씨는 심사위원 주영훈씨에게 “마치 머라이어 캐리같다”는 찬사를 들었다. 양성연씨는 남편이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키우는 사연을 밝혀 주목을 받았던 참가자다. 띠동갑인 의붓딸이 자신을 ‘언니’라고 부른다며 눈물을 보이면서도 씩씩한 모습을 보여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스 뉴욕 진 출신의 윤진(29)씨는 탱고를 가미한 퍼포먼스를, 장은주(34)씨는 파격적 안무를 선보이는 등 프로못지 않은 이들의 공연에 매번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난 3월 시작한 ‘슈퍼디바’가 처음부터 화려하지는 않았다. 이미 너무 많은 오디션이 나온데다, ‘주부’로 지원자를 한정한 탓에 우려가 많았다. 걱정대로 시청률은 1%의 벽을 쉽게 넘지 못했다. 하지만, 양성연·윤진 등 화제의 도전자들이 속속 나오고 이들의 사연이 주부들의 공감을 사면서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스타성’은 없지만 ‘휴먼스토리’는 있다=주부들만 지원할 수 있는 오디션이다 보니, 아무리 젊고 세련된 지원자가 나와도 10~20대의 공감을 사기에는 부족함이 컸다. 제작진은 휴먼스토리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이를 보완했다.

 조상범 PD는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이들이 나오는 게 아니어서 ‘스타성’이 아쉬웠다. 그래서 출연자들의 사연과 아픔 등 휴먼스토리를 담는 데 더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인생의 아픔을 안고 더 절실하게 임하는 드리머(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를 지칭하는 말)들의 모습은 특히 20~30대 기혼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 ‘맘스홀릭’ ‘레몬테라스’ 등에는 “한 무대 한 무대가 모두 감동적이다” “결혼해서 어쩔 수 없이 육아와 살림에 발목 잡힐 수밖에 없는 게 여자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롭게 꿈을 꿀 수 있게 됐다”는 의견 등이 올라왔다.

 ◆“더 이상 아줌마가 아니다”=이날 출연자들은 한결같이 예뻐진 외모와 세련된 무대매너, 시원한 가창력을 자랑했다. ‘휴먼스토리’만 부각되면 음악적 즐거움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40여일간 합숙기간을 둔 것이 주효했던 것.

조상범 PD는 “보컬 트레이너·이미지 컨설턴트·헬스 트레이너 등을 투입해 지독한 훈련을 시켰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평범한 주부들도 ‘나도 저렇게 멋져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출연자들의 자신감도 최고조다. 양성연씨는 “합숙하면서 5㎏이 빠졌다. ‘슈퍼디바’에 나가기 전과 후로 내 인생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꿈을 찾아 가면서 남편과의 관계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홍혜진(28)씨는 “주부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지며 무대에 올랐다.

 ‘슈퍼디바’는 25일 결승 무대까지 모두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우승자는 총 3억원의 상금(음반제작비 포함)을 받게 된다.

4일 펼쳐진 16강전에서는 김혜정·홍혜진·양성연·장은주씨가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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