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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아시아-유럽 新실크로드 잇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해 양 지역간 교역증진에 큰 관심을 보였던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이 '아시아와 유럽의 가교건설' 이란 제목으로 중앙일보에 글을 보내왔다.

프로디 집행위원장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신(新)실크로드 건설을 주창했다.

새로운 세기의 출발점에 선 지금, 지난 50여년간 유럽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지배해 온 유럽통합 문제와 유럽 동서분열의 치유문제가 유럽 모습을 완전히 바꿨다.

동시에 아시아 경제는 지속적으로 발전해 세계 교역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국제무역 중심축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 중심축이 남중국해에서 시작해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거쳐 지중해에 이르는 아시아-유럽 루트로 이동 중이라고 본다.

중동 평화협상 진전과 EU의 확대, 천연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 국가의 독립 등 정치적 발전들은 유럽과 아시아간 교역 증대는 물론 평화로운 아시아 지역의 지역 정체성 확립에도 기여했다.

유럽과 아시아는 현재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회원국 확대란 주요 과제를 마무리하면 EU는 대륙의 경계를 넘어 아시아 우방들과 상호존중 및 상호이익의 진정한 동반관계를 확대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할 예정이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제성장, 유럽의 경제통합, 그리고 개방경제 사이의 밀접한 네트워크는 유럽과 아시아가 더 이상 서로 떨어져 있는 대신 글로벌 시장이란 더 넓은 하나의 시스템에 속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세계 경제체제로의 발전은 전통적인 무역 관계보다 자본의 직접투자에 의해 더욱 촉진될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나라들은 다른 나라 경제상황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현대 기업들은 먼 나라를 단순히 상품시장으로서만 보지 않고 투자와 동시에 고용창출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때문에 다국적 투자기업들은 보호주의에 반대해 왔으며 날로 증가하고 있는 자유무역주의 움직임은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건전한 상호 투자는 국부에 기여한다. 유럽과 아시아간 무역과 자본이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13, 14세기 실크로드가 그랬듯이 오늘날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글로벌 경제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으며 유럽은 곧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권역이 될 것이다. 유럽이 아시아라는 무대에서 활동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글로벌 경제정책을 펼치지 못할 것이다.

유럽.아시아간 무역 증가액은 1백% 이상 늘어 미국.아시아간 무역 증가액보다 많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ASEM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합의한 지역정책의 기본 골격에도 반영됐다.

1997년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경제위기와 함께 생긴 여러 문제들은 구조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경제는 발전에 필요한 물적.인적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아시아는 유럽처럼 경제.금융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주요 걸림돌은 이웃국가간의 긴장, 불안한 국가안보, 군사적 충돌 가능성, 그리고 급속한 산업화가 동반하는 변화 등 정치.사회적 문제다.

경제관계의 발전은 이러한 정치.사회적 갈등을 줄이는데 기여하겠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정치.사회적 방법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인권보호, 투명한 경제, 신뢰할 만한 정부 등 보편적인 가치가 필요하다.

앞으로 중국은 국제관계에서 더욱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이에 맞서기보다는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은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국제 외교면에서도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또 국제정치와 세계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이바지하고 역내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해 나갈 것이다.

지역안정을 해치는 잠재적인 요소들을 줄여 나가려면 지역 패권국가들이 공동의 행동기준을 만들고 이를 지켜나가야 한다.

물론 안정을 대가로 얻게 될 잠재적인 경제.안보적 혜택들이 커야만 주변국가들의 동참을 유도할 수 있다.

유럽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적 유대를 긴밀히 함으로써 아시아와의 외교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여기에는 물론 여러 국제기구들을 아시아에 세우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엔이나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들은 아시아와의 생산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은 아시아의 경제적 중요성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 정치적 분야에서도 협력체제를 공고히 다져 상호 이해를 넓혀가야 한다.

유럽은 16세기에 첫 해외진출을 시작했다. 아시아는 그때까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었고 최고의 문명을 갖고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최근 경제위기를 겪긴 했지만 지난 20~30년간의 눈부신 성장은 행복했던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나는 '문명의 충돌' 이 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 아시아인과 유럽인들이 서로 선의와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함께 손을 잡을 기회가 있을 뿐이다.

로마노 프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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