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언론들이 3일 헌법기념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다. 현행 일본 헌법은 1947년 시행된 이래 65년간 개정된 적이 없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53%가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해, 반대 응답 33%를 크게 웃돌았다. 이 신문 조사에서 개헌의견이 50%를 넘은 건 2007년 이후 5년 만이다. 이 신문은 “무력공격이나 자연재해 등 국가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총리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개헌 논리가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먹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의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1%인 반면 ‘필요 없다’는 29%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선 총리를 국민들이 직접 뽑는 직선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8%에 달했다. 현재는 ‘총리는 국회의원 중에서 국회의 의결을 통해 지명한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집권당 대표 선거에서 선출된 당 대표가 거의 자동으로 총리가 된다. 직선제 도입 여론엔 1년마다 한 번씩 총리가 바뀌는 허약한 정치토양의 극복과 강력한 리더십의 출현을 기대하는 심리가 반영돼 있다.
그동안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등이 총리 직선제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개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실패한 바 있다.
2차대전 패전국 일본의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의 개정에 대해 아사히 조사에선 ‘개정 반대’ 의견이 55%로, ‘개정 찬성’ 30%보다 많았다. 하지만 ‘개정 반대’가 67%, ‘개정 찬성’이 24%였던 이 신문의 2010년 조사와 비교하면 간격이 많이 좁혀졌다. 또 개헌 찬성론자들로만 범위를 좁히면 ‘9조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44%)이 오히려 반대 의견(43%)보다 많았다.
“군대도 못 갖게 한 헌법은 무효며, 폐기해야 한다”(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며 보수파가 주도하고 있는 일본 내 우경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정권 탈환을 벼르는 야당 자민당도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고, 현행 헌법상 ‘국가의 상징’인 일왕(일본에서는 천황)을 ‘일본국 원수’로 규정하는 보수색 짙은 헌법개정안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 문제에 올인하고 있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 집권 민주당은 “개헌문제에까지 신경 쓰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정치권의 논의에 생각만큼 속도가 붙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