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빠진 공 찾던 골퍼, 3m 악어에 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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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레이크 웨일스에 위치한 레이크 애쉬튼 골프장. 알버트 밀러(75)는 티샷한 공을 호수에 빠뜨렸다. 공을 찾으러 물가에 가봤지만 자신의 공은 찾지 못했다. 밀러가 공 찾기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순간. 호수에서 검은 물체가 튀어 올라왔다. 이 물체는 날카로운 이빨로 밀러의 왼쪽 다리를 물었다. 몸 길이가 3m에 달하는 육중한 악어였다. 밀러는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 쳤지만 악어는 그를 더욱 강하게 물고 호수로 끌고 들어갔다. 밀러의 몸은 반쯤 물에 잠겼다. 밀러는 죽을 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죽음을 각오한 순간 그의 친구들이 달려들었다. 여러 명이 악어를 쫓아내고 피를 흘리는 밀러를 끌어올렸다.

밀러는 바로 병원에 이송돼 40 바늘을 꿰맸다. 그가 악어에 물린 상처는 10인치나 됐다. 현재 그는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다. 밀러는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벨트까지 물에 잠겼을 때 죽는 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난 건 기적이고 플로리다에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또 플로리다에서는 절대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골프장에서는 때때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 골퍼들은 숲에 떨어진 공을 찾다가 벌집을 건드려 벌에 쏘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안선주는 2009년 8월에 제주도 더 클래식 골프장에서 열린 넵스 마스터피스에 출전했다가 벌에 쏘여 응급처치를 받았다. 또 에이미 홍(대만)은 지난해 12월 대만 타이페이 미라마르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스윙잉 스커츠 인비테이셔널에서 숲에 빠진 공을 찾다가 뱀에게 물릴 뻔했다. 미국 애리조나 등 사막지역 골프장에서는 벙커샷을 하다 모래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방울뱀을 맞닥드리는 일도 흔하다.

이날 사고를 일으킨 악어는 사고 직후 골프장 관계자들에 의해 포획됐다. 또 사고가 발생한 호수에는 1.8미터짜리 악어 한마리가 더 출현했으나 곧바로 포획됐다. 조사 결과 이 골프장에 나타난 악어들은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키워온 악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플로리다 야생동물 위원회 대변인인 개리 모스는 "야생동물을 허가 없이 키우는 건 불법이다. 특히 악어 사육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USGA(미국골프협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위험지역에서의 드롭 규칙'을 명확히 제시했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골퍼들이 친 공이 위험지역으로 들어갔을 때는 공이 사라진 근처에서 다른 공으로 경기를 재개할 수 있다. 이 때 벌타는 없다. 그러나 호수 등 해저드에 공이 빠졌을 때는 사전에 경기 위원회에서 '위험 지역'으로 지정한 경우에만 벌타가 면제 된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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