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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열풍 재현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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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벤처업계의 `땡시장''은 당분간 집행이 유예됐을 따름입니다"(인터넷 기업의 J사장) 벤처땡시장은 벤처기업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라우터 등 각종 설비를 kg단위의 고철덩어리로 판매하는 장터를 지칭하는 벤처인들의 자조적인 표현으로 벤처의 죽음의 의미한다.

기업과 소매점을 연결하는 인터넷 쇼핑몰인 알짜마트가 2000년 7월 자금난으로 서비스를 전격 중단하자 당시 업계에서는 연말이면 테헤란밸리에 벤처업체의 시체가 즐비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번졌나갔다.

업계가 우려한 땡시장 소문이 현실화되진 않았으나 벤처기업의 주가인 코스닥 지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2000년말 벤처업계는 어느때보다도 견디기 힘든 혹한기를 보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부 사이비 벤처기업가들이 저지른 금융비리로 도덕성에 상처를 입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벤처인들의 희망과는 달리 2001년에는 `벤처버블''이 완전히 빠지면서 벤처기업의 옥석(玉石) 가리기와 함께 수익창출에 실패한 업체들의 퇴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수익모델을 갖추지 못한 닷컴의 시대는 끝났다''는 극언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포털로 대변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경우 네트워크 장비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보다 더욱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열악한 상황에서도 적잖은 벤처업체들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하면서 방향성을 잃은 업계에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포털업체인 인츠닷컴(intz.com)은 2000년초부터 전자상거래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꾸려왔다.

이 회사는 인츠트레이드(http://www.intztrade.com, 무역)와 보물섬(http://www.bomul.com, 소프트웨어 판매), 예스프라이스(yesprice.com, 역경매) 등을 차례로 개설, 전체 매출액의 70%를 이곳에서 올리면서 광고매출의 비중을 20%로 낮췄다.

또 인츠필름(http://www.intzfilm.com)을 운영해 `박칙왕''과 `동감'',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영화투자 사업에도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성장형 인공지능 디지털 로봇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수익원을 개발하고 있다.

프리챌(http://www.freechal.com)은 소비재 브랜드 기업을 대상으로 펼치는 `e-브랜드 서비스''를 통해 세계 최고의 솔루션 업체를 지향하고 있다. e-브랜드 서비스는 300만명의 잠재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프리챌의 상권에 온라인 상점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확보된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CRM(고객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영업 개시 두달만에 컴팩코리아와 LG-IBM, 소니코리아, 한샘인테리어 등 20개 업체와 입점계약을 체결했으며 회사측은 이들 업체로부터 받는 입점료와 월정액만 하더라도 연간 100억원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프리챌은 이 솔루션을 위해 80명의 연구인력과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개발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한편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하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는 것도 닷컴업체의 미래에 활로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네오위즈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세이클럽(http://www.sayclub.com)은 유료서비스를 시작한지 한달만에 매출 3억원을 돌파했다. 가입자 864만명의 세이클럽은 채팅과 클럽, 메일 등 기본서비스는 종전처럼 무료로 제공하면서 이를 더욱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유료화의 성공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터넷 지불결제 시스템 `원클릭페이''도 서비스 개시 2개월만에 10만명의 지불고객(Paying User)을 확보했다. 이처럼 닷컴업체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콘텐츠 유료화와 오프라인 사업 강화, 적극적인 구조조정, 대기업과의 연계 등을 통해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또 최근 인터넷기업협회가 벤처업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5% 이상이 "M&A(인수합병)가 벤처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듯이 내년에는 M&A나 A&D(인수개발)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상당기간 지속될 시련기를 거치면서 돌파구를 찾아내는 업체보다는 자연도태될 업체가 훨씬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걱정하고 있다.

프리챌 전제완 사장은 "현재의 시장상황이 계속될 경우 수익을 내지 못하는 닷컴기업의 대부분은 사라질 것" 이라며 "아무튼 2001년 한해는 국내 닷컴업계가 재편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음의 이재웅 사장은 "분야별 선두업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은 대기업이나 대형 벤처의 `위성업체''로 전락하거나 시스템구축 등 단순한 용역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벤처의 이미지를 잃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때 현재의 위기상황이 국내 벤처산업의 하부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네이버의 이해진 사장은 "작금의 시련기가 기술력을 갖춘 벤처와 `무늬''만 벤처인 회사를 명확하게 구분하게 될 것" 이라며 "이 시련기를 살아남는 업체야말로 세계 무대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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