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온달왕자들' 의 김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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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묻어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으면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혜선(32)은 지난 10월부터 방송된 MBC TV 일일 드라마'온달왕자들'에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 어렵게 살고 있는 선미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주인공 형제의 아버지가 사망한 뒤 배다른 갓난 동생이 등장하는 등 복잡한 상황설정으로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는 이 드라마에서 그는 차분한 연기로 시청자의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산소 같은' 존재. 소극적이지만 이성적인 성격으로 남자 같은 성격의 동생(김지수 분)을 잘 타이르며 보살핀다.

지난 88년 MBC 청소년 드라마 '푸른교실'로 데뷔한 김혜선은 93년 MBC 미니시리즈 '걸어서 하늘까지'의 주인공으로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연기를 선보이며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한창 주가를 높이던 95년 갑자기 결혼을 발표한 뒤, 인테리어를 공부하는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그러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97년 7월. 공부를 마친 남편과 갓 태어난 아들도 같이 귀국했다.

귀국 직후 활동을 재개한 그는 최근 원숙한 연기로 각종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조연으로 자리잡았다.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사람들이 나를 불러 때까지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하지만 가정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면서 연기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군요."

여전히 좋은 부부 금실을 유지하고 있는 김혜선은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남편과네살배기 아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드러냈다.

남편의 근황을 묻자 얼마전 새로 시작한 인터넷 사업이 어려움없이 잘 꾸려지는것 같다며 행복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혜선은 '온달왕자들'에서 전형적인 주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이 가난한집안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해 어머니가 마련해준 전셋집에서 근근이 살아간다.

"극중 설정이 금전적으로 힘겹게 사는 것으로 돼 있는데 배경으로 나오는 아파트가 너무 넓은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다소 의아할 텐데, 그 부분이 아쉽네요." 나름대로 드라마를 분석하는 시각이 날카롭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대본에 따라 과장된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다른 연기자들 때문에 평범한 성격의 선미가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선이 요즘 욕심내고 있는 것은 사극에 출연하는 것. 89년 KBS 사극 '파천무'에 출연해 삭발을 불사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다시 한번 당시의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예전의 화려한 역할을 다시 해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제는 주인공에 대한 욕심이 없어요. 그냥 내가 없어서는 안될 자리에서 연기하고 싶을 뿐이에요."

한때의 청춘스타 김혜선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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