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체육을 살리자] 5. 프랑스 '제3의 체육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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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수요일 오후 프랑스 파리 동북부 20구에 위치한 올리비에 메트라 초등학교.

매주 수요일은 '가방 없는 날' 로 체육활동을 하는 날이다. 60여명이 현관에 옹기종기 모여 지도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4학년 로망 샤탕(10)은 조그만 핸드볼 공을 들고 있었다.

샤탕은 이미 오전에 유도를 했다. 유도복은 파리시청에서 지급해 준 것이다.

샤탕을 비롯한 학생들은 셔틀버스를 타고 10분 거리의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20여명의 학생들이 내리자 버스는 나머지 학생들을 태우고 '마리즈 일즈' 체육 스타디움으로 옮겨갔다.

샤탕은 체육관에서 간단히 몸을 푼 후 보고토누 초등학교와 핸드볼 경기를 치렀다. 그렇다고 샤탕이 핸드볼 선수가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즐기는 것 뿐이다.

프랑스 초.중.고교의 1주일 정규 체육 수업은 3시간이다. 학교 체육관에서 주로 교과과정에 따라 수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진짜 체육활동은 수요일 가방없는 날이나 방과후 주로 이뤄진다.

학생들 대다수는 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학교 인근 체육관이나 민간인이 경영하는 스포츠클럽에서 방과후 체육활동을 한다.

이런 형태의 활동을 프랑스에서는 '제3의 체육수업' 이라고 부른다.

◇ 아틀리에 블루〓초등생들의 '방과후 활동' 을 말한다. 파리시 3백30개의 초등학교 중 아틀리에 블루를 실시하는 학교는 3백개가 넘는다.

지난달 23일 파리 4구에 위치한 무시 초등학교. 체육관에 모인 15명의 여학생들이 댄스수업을 받고 있다.

음악에 맞춰 한쪽 다리를 들고 균형을 잡으려는 아이들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월요일 탁구, 화요일 가라테, 목요일 댄스, 금요일 테니스 등 요일마다 수업 내용은 다양하다. 여학생들에겐 발레와 같은 댄스 수업이 특히 인기다.

균형 감각과 유연성을 기르는 데는 댄스가 가장 좋다고 상드릴 레그레 교장은 설명했다. 아틀리에 블루를 위해 시에서 지원하는 비용은 1년에 1천만프랑(약 15억원)정도다.

대부분 7백명의 아틀리에 블루 전문 지도교사의 월급을 주는데 쓰여진다.

◇ 학교 스포츠센터〓초등생들은 수요일마다 학교밖으로 나가 인근 '학교 스포츠센터' 를 이용, 다양한 체육활동을 한다.

파리 학교스포츠센터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은 1만2천여명. 이들 학생의 학부모들은 수입과 재산 정도에 따라 다섯가지 계층으로 분류돼 그에 적합한 비용을 지불한다.

가장 많이 내는 학생이 학기당 2백25프랑(약 3만4천원)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활동비가 무료임은 물론 운동하는데 필요한 운동복.기구 등도 지급받는다.

◇ 스포츠 입문 센터〓수요일 중.고생들의 체육활동이 이뤄진다. 파리 20구마다 최소한 1개 이상의 스포츠 입문센터가 있으며, 비용은 전액 무료다.

20구에 위치한 '루이 루미에르' 의 면적은 3헥타르에 이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축구장.테니스장은 물론 트램폴린 경기장까지 다양한 종목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방학 때는 초등생에게도 개방된다.

부모들이 직장에 나가고 없는 사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체육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탁 기능도 동시에 수행하기에 학부모들은 너도나도 자녀들을 스포츠 입문 센터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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