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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문명의 아이콘 …12세 결혼, 13세 예수 출산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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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호 25면

티치아노(1488/90~1576)가 그린 ‘성모 승천’. 로마가톨릭과 정교회는 이 세상에서 삶을 마친 마리아가 아들 예수가 있는 하늘로 올라갔다고 믿는다.

“또 천사가 말하길 마리아여 하나님이 너를 선택하사 청결케 했으며 너를 모든 여성들 위에 두셨노라.” 이슬람 경전 코란의 제3장(Sura) 이므란 42절에 나오는 말이다.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이슬람에서도 마리아는 특별한 존재다. 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이다. 전 세계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신자 40억 명이 그들의 경전을 통해 마리아의 존재를 알며 신앙의 모범으로 삼는다.

새 시대를 연 거목들 <11> 마리아

마리아는 그리스도교 역사의 전개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다. 그는 ‘사도 시대(apostolic age)’부터 신자들의 공경을 받았다. 서구 역사에서 마리아는 가장 많은 연구와 토론의 대상이 된 여성이다. 마리아를 빼놓고 서양 음악사와 미술사도 논할 수 없다. 종교를 떠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구노의 ‘아베 마리아’나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듣고 뭉클해지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00년 동안 2만 번 ‘발현’
아무리 위대한 역사적 인물이라도 오늘날 발현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은 없다. 마리아는 중요한 예외다. 마리아는 세계 곳곳에서 계속 ‘발현(apparition)’하고 있다. 1917년 포르투갈의 파티마에 발현한 마리아는 ‘소련의 회심’을 예고했다. 일부 발현 사례는 교회를 당혹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리아가 발현한 사례는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2만 건이 넘는다.

역사적으로 마리아만큼 중요하면서도 생애가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도 드물다. 마리아는 신약성경의 4복음서에서 13번 나온다. 마리아는 갈릴레아에 있는 나자렛에서 출생했다. 인구가 400명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마리아(아람어로는 미리암)는 당시 매우 흔한 이름이었다. 여성 세 명 중 한 명의 이름이 마리아였다. 당시 풍습을 고려하면 마리아는 아마도 12세에 결혼해 13세에 예수를 낳았다.

남편 요셉은 30대였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남성의 평균 수명이 45세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요셉은 예수가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한 공생활(公生活)을 시작했을 때는 이미 사망했을 것이다. 당시 여성은 6명 정도의 자식을 뒀다. 신약성경에 따르면 예수에게도 ‘형제자매’가 있었다. 아우가 4명, 여동생이 2명 이상 있었다. 그들을 마리아가 낳았는지, 요셉의 전처 소생들인지는 알 수 없다. 사촌 형제들일 수도 있다.

성경에 따르면 마리아는 예수를 낳고 길렀으며, 예수가 행한 최초의 기적 현장, 십자가의 현장, 성령 강림의 현장에 있었다. 예수의 ‘승천’ 이후 마리아가 나자렛으로 돌아갔는지, 예루살렘에 남았는지는 알 수 없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마리아를 애제자 요한에게 맡겼다. 마리아는 사도 요한과 더불어 지금 터키에 있는 에페수스로 갔을 가능성도 있다. 19세기 어떤 수녀가 마리아가 살았던 집의 환영을 보았다. 수녀가 환영에서 본 마리아의 집과 비슷한 유적을 에페수스에서 발굴했다. 그 집을 마리아가 거처했던 곳으로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리아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약간 풀어주는 것은 서기 145년께 집필된 외경(外經)인 『야고보 복음서』다. 이 문헌에 따르면 마리아는 평생 동정녀였다. 마리아의 부모들은 아주 늦은 나이에 마리아를 낳았다. 마리아는 성전(聖殿)에 바쳐져 성전에서 자랐으며 요셉은 마리아와 약혼했을 때 홀아비였다. 예수의 형제자매들은 전처 소생이었다.

마리아에게는 수천 개의 호칭이 있다. ‘동정녀 마리아(Virgin Mary)’ ‘하늘의 여왕(Queen of Heaven)’과 같은 것들이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어머니(Mother of God)’다. ‘하느님의 어머니’는 그리스어 ‘테오토코스(Theotokos)’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의역한 말이다. 테오토코스는 ‘하느님을 잉태한 자’라는 뜻이다.

에페수스 공의회(431)에서 확정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표현은 4~5세기 그리스도론의 논쟁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스도론(Christology)은 그리스도의 성질·인격·행위를 다루는 신학의 한 분야다. 그리스도교 일각에서는 21세기를 ‘성령의 세기’라고 부른다. 지난 그리스도교 2000년 역사, 특히 초기 수백 년은 예수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컸다. 예수는 하느님인가, 인간인가 혹은 반신반인(半神半人)인가라는 논란에 주류 혹은 정통파 그리스도교가 내린 결론은 예수가 동시에 ‘100% 하느님이자 100% 인간’이라는 것이다.

삼단논법으로 전개하면 “예수는 하느님이다.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다. 그러므로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스도교회 중 로마가톨릭·정교회·루터교·성공회에서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 일컫는다.

그리스도론에서 파생했다고 볼 수 있는 마리아론(Mariology)은 계속 새로운 교의를 낳았다. ‘동정녀 마리아 탄생설(Virgin Birth)’에 따르면 예수의 아버지는 인간이 아니다. 성령의 능력으로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했기 때문이다. 이 교의는 2세기께 그리스도교 교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사도신경’에 포함됐다. 오늘날 로마가톨릭·정교회와 대부분의 개신교 교회가 믿고 있는 교리다.

4세기 이후 보편화된 평생 동정녀설에 따르면 마리아는 예수를 잉태했을 때뿐만 아니라 출산 후에도 전 생애에 걸쳐 영원히 순결했다. 출산할 때도 고통을 겪지 않았다. ‘마리아의 평생동정(Perpetual Virginity)’은 649년 라테란 공의회에서 교의가 됐다. 마르틴 루터도 지지한 교의지만 다른 종교개혁가들은 이 교의에 반대했다. 오늘날에는 로마가톨릭, 정교회, 일부 성공회와 루터 교회가 수용하고 있는 교의다.

개신교는 ‘마리아 숭배’ 경계
루터는 루가복음서 1장 46~55절에 나오는 ‘마리아의 찬가(讚歌·Magnificat)’에 대한 논문을 썼고 장 칼뱅은 ‘수태고지(受胎告知·Annunciation)에 대한 설교를 했다. 그러나 마리아에 대한 관점은 16세기 종교개혁기 이후 가톨릭과 개신교가 서로 멀어진 요인으로 작용했다.

19세기와 20세기에도 가톨릭교회는 마리아에 대한 새로운 교의를 확정했다. 교회일치를 바라는 개신교 신자에게는 근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교황 비오 9세는 1854년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무염시태·Immaculate Conception)’를 선포했다. 마리아는 잉태됐을 때 아담이 지은 원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5세기께부터 발전한 오랜 믿음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0년 ‘마리아의 승천(Assumption)’을 교의로 발표했다. 이 역시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믿음이다.

개신교회들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표현이 ‘마리아 숭배(Mariolatry)’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한다. 마리아의 무염시태나 승천에도 반대한다. 개신교 신학에 따르면 마리아도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원죄가 있는 죄인이다. 죽은 후에는 하늘에 있는 게 아니라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마리아의 호칭 중에는 ‘평화의 여왕(Queen of Peace)’이라는 것도 있다. 마리아는 다문화 시대의 평화와 갈등에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다문화 사회는 다종교 사회이기도 하다. 다문화 사회에서 이질적 그룹들의 접촉이 많아지면 종교와 관련된 접촉도 많아진다. 종교적으로 공통점이 많고 차이점이 적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미묘한 차이점이 더 심각한 갈등을 부를 수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그리스도교는 교단이 달라도 대체적으로 공존 시대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관계다. 코란에는 예수도 나오고 마리아도 나온다. 이슬람도 예수의 동정녀 탄생을 믿는다. 마리아는 코란에 34회 나온다. 한 이슬람 문헌은 네로 황제 시대에 요한과 마리아가 로마를 방문했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슬람은 선지자 예수와 그 어머니 마리아를 존중하지만 예수와 마리아를 무슬림이라고 본다. 개신교는 가톨릭이 마리아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경계하지만, 이슬람 입장에서는 예수 또한 인간일 뿐 ‘하느님의 아들’도 ‘성자(聖子) 하느님’도 아니다. 코란의 5장인 ‘마이다’의 116절을 보면 하나님이 “마리아의 아들 예수야 네가 백성에게 말하여 하나님을 제외하고 나 예수와 나의 어머니를 경배하라 하였느뇨”라고 묻자 예수는 “영광을 받으소서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아니했으며 그렇게 할 권리도 없나이다”라고 답한다.

이브 때문에 타락, 마리아 덕분에 구원
다문화 사회에서는 종교와 페미니즘도 상호작용을 한다. 마리아는 그리스도교와 페미니즘이 만나는 현장에도 있다. 전통 사회에서 마리아론은 이중적인 역할을 했다. 마리아는 부권사회에서 억압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독일어 표현을 쓰자면 여성이 해야 할 일과 있을 곳은 ‘Kinder, K<00FC>che, Kirche(아이들, 부엌, 교회)’로 요약됐다. 마리아는 육아와 신앙의 모범으로 제시됐다. 마리아의 순종과 정결성은 웬만해선 도달하기 힘든 족쇄였다.

마리아는 여성의 지위를 향상하는 기능도 했다. 2세기에 활동한 신학자 에이레나이오스는 이브와 마리아를 대비시켰다. 하느님을 거역한 이브 때문에 인류가 타락했으나, 하느님에 순종한 마리아 덕분에 인류가 구원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유럽·미국에서 여성의 지위가 높았던 것은 마리아의 공로라고 주장한다. 1980~90년대 일부 그리스도교 페미니스트는 성령을 여성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를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늘날 가톨릭 교회 내부에서 마리아 위상의 강화와 축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일반인은 감지하기 어려운 기류가 있다. 교회가 예수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마리아의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가톨릭이 예수와 마리아를 ‘공동구원자’로 내세우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개신교 측의 시각을 불식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날 상당수 가톨릭 신학자는 마리아가 예수 외에 다른 자식들을 낳았다는 주장을 수용하고 있다. 예루살렘 교회 공동체를 이끈 야고보는 예수의 친동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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