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평생의 敵이거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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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호 27면

군대에 있는 한 청년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신부님, 집을 떠나니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느껴집니다. 그 전에는 몰랐습니다. 밤늦게 들어가도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맛있는 식사, 추울 때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방, 목마를 때 시원하게 마시는 한 잔의 맥주. 늘 일상적이던 것이 그렇게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 자신이 너무 욕심에 사로잡혀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사실 감사할 일도 많고 감사할 사람도 많은데 너무 무심히 살아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곳 전방에서 밤에 보초를 서면서 부모님과 친구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합니다. 밤에 보초를 서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덕분에 제겐 행복한 시간입니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삶과 믿음

이상하게도 삶의 깨달음은 늘 한 발자국 뒤에 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잘 모른다. 그러다 갑자기 떠나가면 그가 남긴 빈자리를 보면서 그 존재의 소중함을 알고 후회한다. 왜 우리는 무엇인가를 잃었을 때야 비로소 가치를 새롭게 깨닫게 될까. 건강을 잃게 되면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내 주변을 가만히 살펴보자.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것도, 저절로 주어지는 것도 없다. 자세히 살펴보면 대지에 피어나는 풀 한 포기조차 정말 신비롭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의 이유와 목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만 내가 그 의미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듣고도 듣지 못하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 수없이 널려 있다.

내면의 눈을 뜬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헛된 욕심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욕심은 우리 눈을 흐리게 하고 끝내는 멀게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다른 사람을 해치기까지 한다. 그래서 우리가 평생 힘들여 싸워야 하는 것도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욕심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욕심은 나를 사로잡아 패망의 골짜기로 밀어 떨어뜨린다. 그래서 욕심을 자제하는 일은 우리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시시포스 신화에서 시시포스는 끊임없이 산 정상을 향해 커다란 바위를 굴려 올린다. 하지만 매번 산꼭대기가 가까워지면 바위는 산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그러면 시시포스는 굴러 떨어진 바위를 쫓아 산 아래로 내려가서 또다시 산 정상을 향해 바위를 굴린다.

도달할 수 없는 정상을 향해 계속 바위를 굴려 올리고 있는 시시포스의 이 처량한 모습은 바로 자신의 욕심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어떤 욕심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게 나에게 행복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내면의 눈을 뜨려면 세상의 중요한 가치질서를 바르게 알고 깨닫도록 노력해야 한다. 보물과 진주가 소중한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돌에 섞여 있는 빛나는 진주와 보물을 볼 수 있는 눈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자칫하면 전혀 가치 없는 것을 뒤쫓아 허송세월하고, 돌멩이를 보물인 양 부둥켜안고 비참하게 살게 된다. 바쁘게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 마음 안으로 한번 눈을 돌려보자. 우리가 너무 헛된 욕심에 빠져 시간과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허영엽.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문화홍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오랫동안 성서에 관해 쉽고 재미있는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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