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학교 낙인찍혔는데 … 이제 와 사과가 무슨 소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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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3일 오후 서울시 방배동 서울시교육연수원 대강당.

 이날 시작된 전국 초·중·고 교장 특별연수에 참석한 서울지역 500여 명의 초등학교장들이 굳은 표정으로 무대 위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바라봤다. 이 장관은 교장 2명과 함께 대담형식으로 ‘학교폭력 대책과 주5일 수업제 정착’에 관한 정책 설명을 하나씩 해나갔다. 그러나 객석 반응은 싸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피해응답률과 일진인식률 등 통계적 의미가 없는 자료가 포함된 ‘폭력학교’ 명단을 공개해 혼란을 일으킨 점도 사과했다.

그는 “학교폭력 실태만 공개했어야 하는데 통계 자료까지 공개해 오류가 있었다”며 “충분히 실태조사와 공시의 취지를 알리지 못하고 언론에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미흡한 점을 개선해 학교폭력실태조사를 계속 이어 나가겠다”며 “단 한 건의 폭력이라도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전날 이 장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엔 학교장이 무시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라며 “교장에게 부담을 줘 폭력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에서 계속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담을 줘야만 학교와 지역사회·학부모가 함께 움직여 폭력 근절이 가능하다”며 “개별 학교의 폭력 실태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본래의 취지를 잘 살려 나가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장관의 사과에 대해서도, 특별연수에 대해서도 교장들은 냉담한 반응이었다. 한 교장은 “이미 폭력학교로 낙인찍혀 교사들 사기가 다 꺾였는데 지금 와서 사과를 하면 무슨 소용이냐”며 “장관이 학교를 범죄 소굴처럼 불신하는 상황에서 정책이 제대로 착근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다른 교장은 “학교에서 궁금한 것은 예산이 언제 얼마가 지원되고 현장에서 무엇부터 실행에 옮겨야 하는지 하는 세부내용”이라며 “공문만 봐도 알 내용을 두고 특별연수라 부르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윤석만·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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