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중도노선 강화는 오류” … 이용득 “이념 치우쳐 국민 무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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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이인영 최고위원(왼쪽)이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절박한 99% 삶 속에 중간은 없다”며 중도노선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용득 최고위원(오른쪽)은 “눈높이를 국민에게 맞추라”고 반박했다. [뉴시스]

‘난닝구·빽바지’ 논쟁의 2012년 버전이었다. 20일 민주통합당 지도부회의에선 486세대 이인영(48) 최고위원과 한국노총 출신 이용득(59) 최고위원이 논쟁을 벌였다. 논쟁 양상이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 흰 바지 차림의 ‘개혁파’(빽바지)와 러닝셔츠 바람으로 열린우리당 창당에 반대했던 ‘실용파’(난닝구) 간의 노선투쟁과 비슷했다.

 이날 이인영 최고위원은 “총선 실패를 빌미로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 노선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진단과 처방에서 오류”라며 당내 중도 강화론자들을 비판했다. 전날 문재인 상임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중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효석·이낙연 의원 등 상당수도 같은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의 논리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그는 “총선 실패의 원인은 전술 운영과 이슈 관리에서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일 뿐”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반대와 재협상 요구에 대한 민주당 정체성의 어디에 문제가 있었으며 통합진보당에 휘둘린 것은 뭐냐.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지속하자는 것과 줄이자는 것 중 중도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언론에서 잘못된 프레임을 설정하고 있는데, 우리 스스로가 그 프레임에 잘못 빠져들면 더 큰 문제로 비화된다. 절박한 99% 국민의 삶 속에 중간은 없다”고도 했다.

 그러자 즉각 반론이 나왔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지도부(이인영)의 독서법이 잘못됐다. 저자의 뜻은 모르고 내 입장에서만 책을 읽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눈높이를 국민에게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동부연합과의) 야권연대, 제주 강정마을과 한·미 FTA, 김용민 막말 파문 등 국민들이 (잘못했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런데 애써 국민들이 얘기하는 내용들에 대해선 감추려 한다거나 말 못하고 무시하고 , 억지로 변명하려 드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민생 문제보다 FTA나 이념적인 부분에 너무 치우쳐 (국민에게) 와 닿지 않았던 것”이라며 “야권연대도 서민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정확하게 설명해 내지 못했다. 지도부는 언론 탓만 하고 우리 탓은 얘기 못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런 양측의 인식차이는 5월 4일의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더욱 가열될 조짐이다. 이날 원내대표 출마의사를 밝힌 전병헌(54) 의원은 “강경 일변도, 선명성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우리 입장만 강경·선명하게 관철시키려는 것도 어떤 측면에선 독선”이라고 말했다. 이용득 최고위원이나 전 의원, 대부분의 중도 강화론자들은 50대 이상이다. 반면에 이인영 최고위원과 같은 입장은 주로 486세대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 개혁파와 실용파 간의 논쟁은 주로 노무현계와 옛 민주당계 간의 대립이었지만 지금의 논쟁은 세대 간의 인식 차를 반영하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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