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SF 판타지 '쥬브나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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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미래를 만나다! (Boy Meet The Future) '쥬브나일'의 선전 문구다. 그런데 어떤 소년? 나이 먹은 어른은 어린 시절 흑백 TV와 딱지치기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을 회상할 것 같다. 요즘은 다르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뭐니뭐니해도 컴퓨터 게임이 가장 좋은 벗일 터다.

'쥬브나일'은 컴퓨터 게임에 열광하고 게임으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도 싫증내지 않을 소년, 소녀들을 위한 영화다.

'쥬브나일'에선 일본의 인기 그룹 SMAP의 멤버인 카토리 신고,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러브레터'에서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어린 여학생 역을 연기한 사카이 미키 등이 출연하고 있다. 무엇보다 엔도 유야 등의 어린 아역배우들의 똘망똘망한 연기가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다.

'쥬브나일'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유스케와 미사키 등은 여름방학 중에 시골 캠프에 와 있다. 유스케 일행은 숲속으로 떨어지는 강렬한 빛을 보고는 뭣에 홀린 듯 다가간다. 가까이서 보니 금속으로 된, 작은 공이 떨어져 있다. 이 기계는 갑자기 눈을 뜨더니 "유스케를 만났다"라고 말한다.

테트라라는 이 괴상한 기계는 스스로 자신의 몸체를 만들고 인터넷에 흥미를 가지는 등 유스케를 흥미롭게 한다. 한편, 외계의 비행물체와 우주인이 나타나 유스케 일행에게 접근하고 유스케는 테트라가 과연 어디서 온 로봇인가 궁금해한다. 외계인들은 지구에서 바다를 약탈하고자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테트라와 유스케는 이에 맞서 지구를 지키기로 마음먹는다.

감독의 소견이 소박하다.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은 "어린 시절 '스타워즈'를 본 뒤 SF영화에 대한 나름의 꿈을 가졌다. 영화 제목인 '쥬브나일'은 사전적으로는 '청소년'을 의미하지만 영화에선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과 그 시절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길 바라는 내 마음이 담겨있다"라고 말한다.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은 원래 컴퓨터그래픽과 캐릭터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이타미 주조 감독 영화에서 조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귀여운 볼거리는 아무래도 '테트라'라는 캐릭터일 것 같다. 부엉이처럼 생긴 외양에 말끝마다 "테트라, ...를 한다"라고 중얼거리는 테트라는 영락없이 여느 게임 속 캐릭터를 닮아있다.

영화 제작진은 총13개의 테트라를 만들어 영화에서 사용했다. 장면들마다 각기 다른 테트라로 로봇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쥬브나일'에선 다양한 CG장면이 눈길을 끈다. 타임머신과 우주를 떠다니는 비행선, 그리고 로봇 메카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속 테트라가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내는 로봇 메카닉의 경우, 3D로 표현되고 있는데 묵직한 질량감이 느껴진다는 면에서 기술 수준은 상당하다고 평할 수 있다. '고지라' 시리즈를 비롯한 괴수물, '울트라맨' 시리즈 등의 SF 판타지물 등을 통해 착실하게 특수효과 기술을 쌓아온 일본 대중영화의 노하우다.

'쥬브나일'은 이렇듯 캐릭터 디자인과 특수효과 기술이 돋보인다. 이에 비해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뒤쳐진다. 특히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유스케가 테트라를 중심에 두고 벌이는 에피소드들은 다소 장황한 감이 있다.

최근의 '인디펜던스 데이' 등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참고하면서 '쥬브나일'은 확실한 볼거리로 어린이 관객 뿐 아니라 성인관객까지 공략하는 모험을 시도하고 있다. 결과는? '쥬브나일'은 아동 관객을 위해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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