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호텔 뺨친다 … 소형 주택 ‘몸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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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심모(32)씨는 아침이면 단지 내 휘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는 다시 단지 내 식당으로 향한다. 조식 서비스를 받아 아침을 먹고 출근한다.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골프연습장에 들르거나 옥상정원에서 산책을 하기도 한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최고 인기 상품인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 주거시설인 준주택이 아파트나 호텔 뺨칠 정도로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공급 증가 등으로 미분양 우려가 커지면서 품질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덕분이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준주택 시장에 뛰어들면서 준주택이 빠르게 브랜드화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신평면으로 무장한 오피스텔이 등장하는 가 하면 아파트처럼 대단지를 이룬 도시형생활주택도 나온다. 아파트처럼 단지 외관을 화려하게 꾸며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주거 편의성이 개선돼 1~2인 가구의 실수요는 물론 투자자도 눈여겨 볼 만하다”고 말했다.

 ◆평면 경쟁에 이어 디자인 경쟁으로=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변화는 디자인이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그동안 성냥갑 같은 보통의 밋밋한 박스형 디자인이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명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는 등 저마다 개성 뽐내기에 나섰다.

 EG건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분양 중인 도시형생활주택 이지소울리더는 서로 다른 건축물이 3개 동이 비스듬히 맞물려 올라가는 형태다.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이 디자인은 유명 건축가인 조민석씨의 작품이다. 조민석씨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느끼는 자연, 조화와 파격이 주는 아름다움, 답답한 도시 속에서 느끼는 휴식 등의 테마를 가진 주거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토지신탁도 부산시 해운대구에서 분양할 오피스텔의 외관 차별화를 위해 지난해 신인건축가상을 수상한 김용남씨에게 설계를 맡겼다.

이 오피스텔은 건물 중앙의 나무가 곧게 뻗어 나가며 건물을 절반으로 쪼개놓은 듯한 설계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한화건설이 서울 상암동에서 분양할 오피스텔은 디지털미디어시티(DMC)라는 지역특성을 감안해 건물 외관을 물결 모양의 바코드로 설계했다. 한화건설 김회원 본부장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지역의 랜드마크(지역 대표건물)가 돼 환금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평면 경쟁도 한창이다. 요진건설이 경기도 일산 풍동에서 분양 중인 도시형 생활주택인 풍산역 와이하우스에는 가변형 벽체가 적용됐다. 전용 39㎡형의 경우 가변형 벽체를 이용해 서재를 만들거나 방을 좀 더 넓게 쓸 수 있다.

 업체 측은 최대 29.7㎡의 서비스 면적(발코니)도 제공한다. 한화건설은 최근 침대가 책상·벽으로 바뀌는 변형가구 등을 적용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준주택 전용 평면(스마트셀)을 개발했다.

1~2인 가구의 경우 주방 사용시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해 주방 크기를 줄이고 별도의 중문을 달았다.

 ◆아파트처럼 대단지에 편의시설까지=단지 내에 대규모 조경시설을 들이고 입주민들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커뮤니티시설)을 갖춘 단지도 늘고 있다. 유림E&C가 부산시 동구에서 분양 중인 도시형 생활주택에는 330㎡에 이르는 입주민 전용 시설이 갖춰진다. 이곳에는 휘트니스센터와 공용회의실·빨래방 등이 들어선다.

 한라건설의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동 단지와 대우건설의 충남 세종시 단지에도 게스트룸·피트니스센터·비즈니스라운지와 같은 입주민 전용 편의시설이 갖춰진다. 여의도에서 분양 중인 도시형 생활주택 리버뷰에는 바비큐파티장과 퍼팅연습장을 갖춘 옥상정원이 꾸며진다.

 서울 강동구에서 분양 중인 강동 큐브 2차는 전문 관리업체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를 구해주거나 도배 등 집안 시설을 보수해 주기도 한다.

한화건설이 송파구에 분양한 송파 한화 오벨리스크는 세탁 서비스룸이 갖춰져 있어 출·퇴근 때 맡겨놓은 빨래를 세탁 후 배달해 주기도 한다.

 요진건설의 풍동 단지는 8개 동 규모로 아파트와 같은 단지 형태를 이루고 있다.

단지 내에는 조경과 지하 주차장도 갖춰진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준주택의 진화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요진건설 이부선 이사는 “준주택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상품성을 강조한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며 “작은 원룸 형태라도 설계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고, 주거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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