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물리학 교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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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보통 사람이라면 마루에서 발 뒤꿈치를 드는 일은 손바닥 뒤집기만큼이나 쉽다. 그러나 벽을 마주보고 그 벽에 엄지발가락 끝을 댄 뒤 발 뒤꿈치를 들어보라.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절대 발 뒤꿈치를 들 수 없다.

이유는 발 뒤꿈치를 들었을 때는 무게 중심이 발 중심에서 앞꿈치로 옮아가는 데 그러기 위해서는 몸이 비스듬히 앞으로 기울어져야 한다. 그러나 벽 때문에 몸이 기울어질 수 없다. 결국, 뒤꿈치를 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몸을 통해 무게 중심과 균형을 배울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서울대 사대 물리교육과 송진웅 교수팀이 몸을 통해 물리를 배울 수 있게 한 교재의 한 항목이다. 발 뒤꿈치 들기를 비롯해 몸을 통해 물리학을 배울 수 있는 교재가 한국과학문화재단.지자체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생활과학교실 등 과학교육 현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송 교수팀은 서울 봉천.신림동 소재 6개 생활과학교실에서 몸으로 배우는 물리를 주부들을 대상으로 올해 초부터 가르치고 있다. 서울 노원고에서도 실험 삼아 '몸 물리'를 교육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는 전국 생활과학교실 등에 '몸 물리'를 포함한 과학 교재를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송 교수는 "몸을 이용해 물리를 가르치자 수업 중 학생들의 잡담이 크게 줄고 수업 집중도도 높아졌다"며 "잡담을 해도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등 수업 관련이 많다"고 말했다. 온 몸이 물리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송 교수팀이 개발한 교재는 몸으로 '힘과 운동' '운동량과 충격량' '압력' '전기와 저항' '무게 중심' 등 다양한 물리 현상을 배울 수 있다.

머리카락으로 힘과 압력을 배울 수 있다. 머리카락 한 올이 지탱할 수 있는 무게는 160g 정도다. 그러면 머리카락 전체(약 10만개)는 평균 16t의 무게를 매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의 곡예사가 머리카락으로 공중에 매달려 재주를 부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건을 드는 각기 다른 동작으로는 응력과 그 크기 차를 깨우칠 수 있다. 물건을 다리를 구부려 들고 일어서는 것과 그냥 허리만 구부려 들 때 척추가 느끼는 응력은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응력은 외부에서 힘이 작용할 때 거기에 맞서 버티는 힘을 말한다. 다리를 구부려 물건을 들 때는 응력이 등골뼈 전체에 골고루 작용해 어느 한 부분이 들려는 물건 무게 만큼의 응력을 몽땅 받지 않는다. 그러나 허리만 구부려 들 경우는 척추의 일부분이 감당해야 하는 응력이 많아져 디스크 등의 질병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물건을 들 때 다리를 구부려 들라고 의사들이 충고하는 것이다.

몸으로 지레의 원리도 알 수 있다. 인체의 각 부위는 힘점과 작용점 사이에 받침점이 있고, 특히 받침점이 힘점에 가까운 제3종 지레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힘은 많이 들지만 행동반경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팔이나 몸통 등을 360도 회전할 수 있는 것에서 행동반경이 넓은 것을 알 수 있다.

몸에서 뼈는 지렛대, 관절은 받침점, 근육의 움직임은 지레에 작용하는 힘이 된다. 이런 인체 지레를 확장해 1~3종까지의 지레의 특성을 배울 수 있다. 1종 지레는 펌프나 가위 등이, 2종 지레는 병따개, 3종 지레는 젓가락.핀셋.족집게 등이다.

병원이나 헬스센터에 가면 간단하게 체지방을 측정하는 기기가 있다. 이는 인체의 구성 성분인 물.단백질.무기질.지방 등 여러 물질 중 전기를 잘 통하는 것은 물밖에 없다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몸에 미약한 전류를 흘려준 뒤 저항값을 재, 저항값이 높을수록 체지방이 많은 것으로 판별한다. 전기가 잘 안 통하면 몸속에 물이 적고 상대적으로 체지방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노원고 이현정 물리 교사는 "입시 준비 때문에 정규 교육 과정에 '몸 물리'를 가르치기는 어렵지만 생활과학교실이나 어린이 대상 강좌에서는 물리학의 이해를 높이는데 이만한 것도 드물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답 : 몸의 무게 중심이 남자는 가슴에, 여자는 엉덩이쪽에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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