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회복 진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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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확실한 성장기조에 들어섰다."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대장상)

"현 추세라면 하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 통신)

일본 경제기획청이 4일 발표한 올 3분기(7~9월)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놓고 일본 국내외에서 이처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은 지난 2분기에 비해 0.2%(연율 1.0%)상승했다.

일본 경제기획청과 언론은 이를 경기회복세로 받아들이는 반면 서방 언론들은 다시 침체로 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일본의 고원 경기론〓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경제기획청 장관은 "일본이 '고원(高原) 경기' 에 들어섰으며 개인소비도 연말부터 회복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으로 확실한 성장기조에 들어선 만큼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설비투자 증가와 소비 회복이라는 양대 경제현안 중 설비투자가 3분기에 20년 만의 최고치인 7.8%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GDP의 6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도 호전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내 시각이다.

수치상(0.04% 증가)으로는 주춤한 것처럼 보이지만 물가하락률을 고려하면 1.3% 증가한 셈이며, 연말을 맞아 소비심리도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체감경기는 매우 좋은 편이다. 하코네.닛코 등 온천지에는 4인 가족 1박에 5만엔가량 하는 방들이 대부분 보름 전에 예약이 끝나버린다.

각 여행사의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도 발매즉시 매진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시내 주요 술집이나 백화점도 손님들로 만원이다.

노무라증권의 수석분석가인 마쓰자와 나카(松澤中)는 "설비투자가 만족스런 가운데 소비 또한 개선되고 있어 경기회복의 양 엔진이 동시에 가동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고 낙관했다.

◇ 서방의 비관론〓그러나 서방 언론들은 0.2% 성장 안에 담긴 세부 수치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수출의 경우 지난 10월 증가율이 2.8%에 그쳐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였고, 순수출(수출-수입)은 3.5%나 하락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과 파이낸셜 타임스는 "공공투자가 줄어들면(10.7% 감소)수출과 개인소비가 이를 메꿔줘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고 보도했다.

리먼 브라더스도 "설비투자의 증가가 개인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일본 경제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며 "일본 경제의 회복기반이 취약한 만큼 세계경제의 둔화 움직임에 따라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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