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씨, 해외유령사 내세워 종금사냥

중앙일보

입력

MCI코리아 진승현(陳承鉉.27)부회장이 외국에서 배웠다는 선진 금융기법은 무엇일까.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마 외국의 유령회사에 돈을 보내고 그 회사가 한국에 투자하는 것처럼 알려 주가를 조작한 것이 선진금융기법인 모양" 이라고 혀를 찼다.

陳씨가 지난 4월 10달러에 아세아종금을 인수할 수 있었던 데는 이같은 선진금융기법(□)이 위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陳씨의 아세아종금 인수작업은 스위스 소재 '오리엔털제이드' 라는 소규모 무역회사의 명칭을 'SPBC(Switzerland Private Banks Consortium)' 로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자본금이 한국 돈으로 3천만~4천만원, 이익 잉여금도 3억~4억원에 불과해 한국에 투자할 능력이나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陳씨는 마치 스위스 민간은행들이 종금사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처럼 속였으며, 이들이 한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는 가짜 '팩스 문서' 를 증거물로 이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스위스 자본을 유치한다는 陳씨의 제의에 따라 아세아종금 대주주였던 대한방직 설범 회장 등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 8백60여만주(전체의 28.6%)를 단돈 10달러에 陳씨에게 넘겼다.

물론 薛회장 등이 쉽게 주식을 넘긴 데는 아세아종금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2천3백억원 정도의 자본잠식 상태인데다 대한방직도 아세아종금으로부터 차명으로 1천2백50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약점도 상당한 작용을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같은 방법으로 아세아종금 경영권을 장악한 陳씨는 아세아종금에서 인출한 자금을 SPBC에 송금했다가 다시 국내로 들여왔다.

사실상 망한 상태인 종금사의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 외국회사의 투자금 형식으로 국내에 다시 들어오는 희대의 사기극이 벌어진 것이다.

한편 陳씨가 유령회사를 내세워 아세아종금을 인수할 수 있었던 데는 당시 아세아종금 감사였던 신인철(구속중)씨의 도움이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세아종금 임원이면서도 이미 陳씨측에 넘어갔던 申씨는 ▶SPBC의 실체나 자금동원 능력을 문제삼지 않고▶陳씨가 아세아종금으로부터 우회대출을 받도록 적극 주선해 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陳씨는 지난 4월 중순 申씨가 이같은 도움을 준 사례비로 20억원을 주었다.

결국 선진금융기법을 활용한 陳씨는 '20억원+10달러' 로 대한방직 薛회장이 갖고 있던 시가 1백억원 상당의 아세아종금 주식을 넘겨받아 대주주가 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陳씨가 외환위기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인들과 증권시장 등에서 해외자본 투자라면 무조건 환영하는 분위기를 이용, 이같은 사기극을 벌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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