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反종북파 노회찬·심상정에게 거는 기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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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호 02면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이 13일 대변인 논평을 냈다. 거기엔 북한이 유엔 결의안을 위반했고, 국민들은 굶주리는데 미사일 발사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으며, 한국과 주변국들의 안보를 위협한 데 대한 비판은 단 한 자도 없다.

“북·미 간 대립과 한반도 긴장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안보리의 제재 일변도 방식은 긴장 완화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북·미 관계 개선과 남북화해 협력,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오직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재개했었고, 미국으로부터 각종 지원을 약속받은 뒤 곧바로 미사일 발사를 발표했다. 도대체 누가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조성한다는 말인가. 통합진보당은 눈도 없고 귀도 멀었는가. 아니면 이성을 상실한 것인가. 물론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모든 걸 미국 탓으로 돌리면서 북한을 감쌌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1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을 때도, 2005년 2월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을 때도 “미국의 강경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북핵은 자위적 측면이 있다”고 변호했다. 한마디로 북한은 이래도 옳고 저래도 맞지만 미국과 한국은 이래도 잘못했고, 저래도 나쁘다는 식이다.

북한에 대한 이런 태도 때문에 진보진영 내부는 끊임없이 갈등했었다.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2000년에 창당됐지만 8년 만에 당이 깨졌었다. 민노당 당원들이 ‘일심회’라는 간첩사건에 연루됐는데 당 지도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당시 노회찬·심상정 의원 등이 언급했던 ‘종북주의자’란 용어는 그때부터 세상에 알려졌다.
4·11총선을 앞두고 분열됐던 진보진영은 통합진보당이란 이름으로 다시 뭉쳤다. 민주당과의 연대도 이뤄냈고 이번 총선에선 13석이라는 최대 의석을 확보했다.

따라서 우리는 통합진보당이 과거의 민노당과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통합진보당 이의엽 선대본부장은 총선 직전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부모의 용돈 받으면서 부모를 부정할 수 없듯 국고를 받는 우리 당이 국가를 부정하지 않는다.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한다고 북한을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선거 이틀 만에 터져 나온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반응을 보면 우리의 기대가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북한의 잘못에 대해 비교적 냉정한 태도를 견지했던 심상정·노회찬 당선자의 역할을 주목하고 싶다. 통합진보당이 또다시 민노당의 전철을 밟는다면 주류 정치로의 진입은 영원히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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