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꺾이지 않는 포포프의 지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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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내 길을 가겠다."

황혼길에 접어든 수영 자유형 스타 알렉산드르 포포프(28.러시아)의 고집이 첨단과학에 물든 수영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포포프는 최근 신화통신과의 회견에서 "전신복을 입지 않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 은퇴할 때까지 전통의 `알몸수영'을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매트 비욘디(미국)의 전설에 마침표를 찍고 수영황제로 `등극'한 뒤 자유형 50m, 100m에서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를 이뤘던 90년대의 슈퍼스타.

그러나 시드니올림픽 자유형 100m에서 페테르 반 덴 호헨반트(네덜란드)에게 금메달을 내줬고 자신이 올해 세계기록(21초64)을 낸 50m에서 6위에 그쳐 세월의 무게를 실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의 고집은 여전하다.

요즘 "전신수영복을 입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라"는 달콤한 권유에 시달리지만 "기술에 의존하느니 차라리 풀을 떠나겠다"며 한사코 유혹을 뿌리친다.

포포프는 "기술을 쓰면 기록을 0.3∼0.5초 앞당길 수 있다"면서 "그러나 전신복에 의한 기록단축은 육체와 정신 스포츠인 수영의 의미를 무색케하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김봉조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전신복은 수영경기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팬들의 보는 재미까지 빼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포포프의 지조있는 행동은 무엇이 수영에 도움이 되는가를 알려주는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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