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예비고사 51 대 49 구도 … 안철수 에게 쏠린 야권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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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이후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문재인 19대 의원 당선인, 김두관 경남지사,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11일 서울 용산구 투표소로 들어서는 안 원장, 12일 유세차량을 타고 당선 인사를 하고 있는 문 당선인, 11일 창원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는 김 경남지사, 11일성남 분당 투표소 앞에서 취재진에게 소감을 말하고 있는 손 고문. 송봉근 기자, [뉴시스·연합뉴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4·11 총선은 ‘대선 같은 총선’이었다. 양 진영이 총결집한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간신히 과반을 득표해 승리하는 ‘51 대 49’ 구도가 고스란히 재연됐기 때문이다.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대선 구도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높아진 상황이다. 우선 전국에 출마한 모든 지역구 후보들이 올린 득표율 면에선 새누리당(43.3%)이 민주통합당(37.9%)과 통합진보당(6%)을 합친 야권연대(43.9%)에 오히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구 의석수론 152석을 얻은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어섰지만 실제 표 동원력은 야권연대가 더 컸던 셈이다. 다만 새누리당이 선진당(2.2%) 득표율을 합칠 때는 45.5%로 야권연대보다 1.6%포인트 앞서게 된다.

 정당 투표로 결정된 비례대표 전국 득표율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42.8%를 얻어 민주통합당(36.5%)과 통합진보당(10.3%)을 합친 야권연대 득표율 46.8%에 미치지 못했다. 선진당(3.2%)과 연대했을 때도 46%로 야권연대보다 0.8%포인트 부족하다. 지역구나 비례대표나 결국 ‘51 대 49’의 박빙구도였으며, 누가 ‘51’이 될지는 득표율로 볼 때는 분명하지 않다는 얘기다.

 지역별 ‘착시현상’도 주목된다.

 야권 승리로 귀결된 수도권이 대표적이다. 야권연대는 수도권 112곳 중 69곳을 챙겼고, 새누리당은 43곳만 건졌다. 그러나 득표율 차이는 크지 않다. 수도권 전체로는 야권연대(48.3%)가 새누리당(45.5%)을 3%포인트 미만 앞섰을 뿐이다. 서울만 보면 야권연대는 48.8%(225만3242표), 새누리당은 44.4%(204만8743표)였다. 야당의 압승으로 나타난 선거 결과와 달리 실제 득표율 차이는 4%포인트 수준인 것이다. 득표력만 따지면 새누리당이 야권에 일방적으로 밀렸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부산의 경우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은 부산에서 18곳 중 16곳을 얻어 90% 가까이 의석을 장악했다. 민주통합당은 2석밖에 승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역구 득표율은 새누리당(49.9%) 대 야권연대(39.3%)가 의석수 격차만큼 크지 않았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부산에서 29.9%를 득표하고 당선됐는데, 당시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득표율이 올라간 셈이다.

 ‘51대 49’ 싸움은 대선 지형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당내 적수를 찾을 수 없게 된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은 수도권 득표력 문제에도 할 말이 생기게 됐다. 조윤선 선대위 대변인은 “대선처럼 선거구가 커지면 사표(死票)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대선에선 박 위원장의 수도권 확장력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야권의 대선 지형에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존재감이 커지게 됐다.

 민주통합당으로선 아쉬운 중도·무당파가 안 원장 지지기반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다. 진보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이제는 안철수가 나와야 할 때”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민주당의 패전 처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안 원장이 언제 결심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안 원장은 이날 총선 결과에 대해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안 원장이 결심을 하게 되면 부산 사상에서 구사일생해 19대 국회 입성을 앞둔 민주통합당 문재인 고문,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위해 지역구 출마를 하지 않은 손학규 상임고문, 대선 출마를 위해 ‘5월 도지사직 사퇴론’이 돌고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 등과 장내외에서 ‘4륜구동’ 레이스를 벌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양원보·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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