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간 제비야, 올해는 서울 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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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종로구 송월동의 서울기상관측소에서 근무하는 김찬술(37) 주무관은 요즘 수시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강남 갔던 제비가 봄을 맞아 돌아왔는지 확인하는 매일매일의 특수 업무다. 김 주무관이 올봄 제비를 기다리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서울에서는 2007년 가을 마지막 모습을 보인 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제비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 제비’ 기록이 없는 시기는 사회가 어수선했던 1949~52년 등 몇 해뿐이다. 여름 철새인 제비는 서울 기준으로 4월 하순 찾아와 10월 초순 남쪽으로 간다.

 서울관측소뿐만 아니라 기상청의 전국 각 기상관측소에서는 매년 봄 제비가 언제 돌아오는지, 가을에는 언제까지 남아 있는지를 관찰해 기록한다. 서울·인천·목포 등지에서는 1923년부터 계속해 오는 일이다. 남부지방에서는 반가운 제비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달 28일 목포에서 처음 눈에 띄었고, 제주도와 대구·포항에서는 이달 4일, 울진에서는 6일 관찰됐다.

 김 주무관은 “관측소별로 그해 처음 관찰되면 초견(初見)이라 해서 그 날짜를 기록하고,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관찰될 때마다 날짜를 계속 적어 나간다”며 “나중에 그해 마지막으로 관찰된 날을 종견(終見)으로 적는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송월동 제비가 관찰돼야 공식 기록으로 인정한다. 송월동에서 첫눈이 관측돼야 서울 첫눈으로 기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송월동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처마밑 등과 같이 제비집을 지을 곳도 줄었다. 2005년 아파트 가구수가 7669가구였으나 2010년 9742가구로 5년 사이 27%나 증가했다. 조류 전문가들은 “농약 사용으로 먹잇감인 곤충 애벌레가 줄어들고, 제비집을 지을 진흙 같은 재료도 구하기 어려워 제비가 찾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제비가 월동하는 동남아 지역의 개발도 제비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2000년부터 매년 전국 405곳의 제비 숫자를 파악한 결과, 2000년 ㎢당 37마리에서 지난해 19.8마리로 급감했다. 농어촌지역인데도 1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 허위행 박사는 “제비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평균 4월 23일께 제비가 관찰되지만 4월 2일에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또 가을에 서울에서 제비가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것은 보통 10월 9일께지만 10월 29일까지도 남아 있던 적도 있었다. 제비가 오는 시기와 돌아가는 시기에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은 특별한 추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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