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홍석천 방송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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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탤런트 홍석천 (29) 씨가 방송에 복귀했다.
지난 9월 커밍아웃과 동시에 출연정지 당했던 그가 27일부터 MBC 시트콤 '세친구' (월 밤 10시55분)에서 고정 배역을 맡은 것. 주인공 박상면에게 의상 디자인을 가르치는 디자이너역이다.
'세친구' 의 외주제작사인 조이 TV의 송창의 PD는 "주 1회 방송인데다 주인공이 아니어서 홍씨가 매회 등장하긴 어렵지만 현재 출연 중인 반효정씨나 최종원씨처럼 정기적으로 시청자를 만나게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커밍아웃 이후 처음으로 방송 3사에 고정 출연하는 홍씨는 무엇보다 팬들의 성원이 고맙다고 밝혔다.

"솔직히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 그래서 홍씨는 방송 당일 집에서 TV를 쭉 지켜봤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지만 격려의 내용이 많아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두가 시청자들의 전화였어요. '힘내라' '다시 보게돼 반갑다' 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
'커밍아웃' 이후 메어저 방송사의 출연 교섭은 뚝 끊어졌다.
이전부터 맡고 있던 인천방송 '연예세상' 의 공동 MC와 형사역을 맡은 영화 '해라퍼플' 출연이 활동의 전부였다.

처음엔 주위의 시선이 그렇게 따가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자가용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더 그랬다.
"길을 걷다보면 물끄러미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곁에 와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게 사실이냐? 실제로 가능하냐?' 고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었죠. "
요즘은 일반인들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 '힘내라, 돈을 벌지 못해 어떻하느냐' 며 택시 요금을 받지 않는 기사분들도 있구요, 또 '왜 그런 걸 이야기해서 힘들게 사느냐, 그냥 사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라며 혀를 차시는 할머니도 있었어요. "
그래도 가장 부담스러은 것은 아이들의 시선이었다.
MBC '뽀뽀뽀' 의 진행을 맡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저를 알아보고 뛰어와요. " 그렇다면 그가 정작 두려워했던 것은 아이를 둔 부모들의 반응이었다.
"행여 못오게하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그러지 않더라구요. 오히려 '아저씨한테 가서 인사해야지' 하며 반기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
홍씨는 다음달 중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낼 예정이다.
"처음엔 돈 때문에 책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많이 망설였어요. 그런데 저와 관련한 잡지 기사들 중 왜곡된 내용이 많아 마음을 바꿨어요. '너를 통해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 이라는 송창의 PD의 얘기에 용기를 냈죠. "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애써 거부하기 위해 여자 친구를 사귀기도 했던 사실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처음으로 받아들였던 대학 1학년 시절, 헤어진 남자친구에 관한 내용 등 성장과정과 최근의 심정을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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