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박철 처리놓고 고심

중앙일보

입력

SBS가 일요드라마 〈메디컬 센터〉에 출연중인 탤런트 박철의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SBS FM '박철의 두시 탈출'을 진행하던 박철이 지난 9월 8일 라디오와 동시에 중계되는 인터넷방송(SBSi)을 통해 방송위원회 위원들에게 '개XX들', '니XX팔 X같은 XX들'이라는 등의 심한 욕설을 퍼부은 데서 비롯됐다.

당시 박철의 그같은 행동은 지난 7월 '박철의 두시 탈출'이 특정종교와 관련된 용어를 과다하게 사용해 방송위로부터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를 받은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나타난 것이었다. 이 욕설방송으로 인해 박철은 FM 방송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SBS가 '카이스트' 후속으로 마련한 새 일요드라마 〈메디컬 센터〉에 박철이 주요 주인공 중 하나로 캐스팅되자 SBS 노동조합과 시청자단체로부터 비난이 빗발쳤다.

이들은 SBS측에 박철의 캐스팅 취소와 함께 당사자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으며 SBS는 박철의 공식 사과 수준에서 이들 단체를 납득시키고 문제를 마무리지으려했다.그러나 지난 23일 방송위에서 또다시 SBS에 권고문을 보내 박철의 출연을 자제토록 하라고 통보, 꺼져가는 듯 했던 불씨를 다시 살렸다.

방송위 산하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위원장 임형두)는 최근 경실련미디어워치 등 9개 시청자단체로부터 박철의〈메디컬 센터〉출연을 철회토록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날 SBS에 '박철 출연 자제'를 권고했다. SBS 외주제작팀 관계자는 "이미 드라마가 궤도에 오른 상태에서 극 전개상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박철을 도중에 빼기는 정말 어렵다"고 난색을 표명하면서도 방송위의 권고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연기가 업인데 출연을 시키지 말라면 밥줄을 아예 끊으라는 얘기냐"고 안타까워하면서도 "박철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내부적으로 논의중이며 조만간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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