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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황재만씨 난치병과 15년 사투

중앙일보

입력

황재만(49.사진). 그는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 불꽃 같은 투혼의 수비수로 살아 있다.

투지 넘치는 드리블과 환상의 롱 스로잉, 70년대 한국 대표팀 백넘버 5번을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았던 그가 이름조차 몰랐던 난치병에 걸려 15년째 병마와 싸우고 있다.

1986년 선교차 멕시코에 갔다가 풍토병에 걸려 하반신부터 마비가 시작된 그는 휠체어에 의지하면서도 98년까지 할렐루야팀 감독을 맡아 경기 때마다 벤치를 지켰다. 그러나 98년 팀이 해체되면서 그의 모습도 운동장에서 사라졌다. 병세가 나빠져 바깥 출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목동아파트에서 부인 유선경씨와 고1.중2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황씨는 컴퓨터를 배워 e-메일을 주고받는 등 놀라운 재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병이 '척수신경 마비증' 이며 최근 치료약 개발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치료를 받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병명도 모른 채 고통을 참아야 했던 지난날에 비하면 이젠 희망의 싹이 보인다.

그러나 세파는 만만치 않다. 평생 축구밖에 모르고 살아온 데다 병까지 얻은 그가 생계를 꾸려나갈 일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결혼 6년째부터 남편 병 수발을 해온 부인도 특별한 수입원이 없다.

중동고.고려대 선후배들이 정성을 모으고, 인터넷 축구 사이트인 사커뱅크(http://www.soccerbank.co.kr)에서 축구스타 유니폼 경매 수익금을 적립하고 있지만 큰 액수는 못된다.

중동중 축구선수인 둘째 아들이 자신의 재능을 닮지 않았다고 불만(?)인 그는 몸만 나으면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할 일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최근 침체에 빠진 한국축구 얘기를 할 때마다 그의 눈은 안경 너머로 빛난다. 02-2648-8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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