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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4번째 ‘출전’ 하는 국가대표팀 영양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가대표 선수들의 하루 세끼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칼로리는 5000~5500㎉로 일반인의 하루 권장 열량(성인 남성 2600㎉, 여성 2100㎉)의 두 배 가량예요. 조리비·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한 식재료 구입비로 선수 1인당 하루 3만5000원을 사용합니다.”

 태릉선수촌의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영양사 조성숙(52·사진)씨는 선수들에겐 ‘엄마’ 같은 존재다. 그는 어릴 때부터 펜싱·육상 등 운동을 좋아해서 ‘선수가 돼라’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스포츠 스타’의 꿈을 접었다. 대신 대학원(연세대 식품영양학과)에서 스포츠영양학을 전공한 뒤 선수촌에 들어와 선수들과 동고동락한 지 벌써 27년째다.

 그동안 1992년 바르셀로나·2004년 아테네·2008년 베이징 등 세 차례 올림픽에 직접 ‘출전’했다. 올 7월에 열리는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현지 사전 조사도 다녀왔다.

 “다행히 경기장 주변에 한국 식품을 취급하는 마트가 있어요. 우리 입맛에 맞는 식재료가 많아 큰 걱정은 덜었어요.”

 베이징 올림픽 때 조씨는 경기장 주변에 아파트를 얻어 한 달 가까이 지내며 선수들의 ‘경기력’을 도왔다.

 “올림픽 조직위에서 제공하는 점심 도시락을 마다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매일 도시락을 180개까지 만들어 선수들에게 챙겨줬다. 체급 종목 선수들이 계체량을 통과한 뒤 체력을 빨리 회복하도록 사골국·전복죽을 제공했다.

 그는 현재 태릉선수촌의 유일한 영양사로 32명의 조리사·조리원과 함께 일한다. 한끼당 최대 450명분의 음식이 그의 손끝에서 나온다. 자율 뷔페식인 선수식당에선 아침·점심·저녁 세끼와 간식(오후 8∼9시) 등 하루 네 차례 식사가 차려진다.

 끼니마다 보통 13∼14가지 반찬이 오른다. 아침 메뉴는 대개 한식이지만 양식도 가끔 제공한다. 점심은 면류·덮밥·스테이크·샐러드 등 퓨전 양식이다. 저녁은 주로 한식이며 중국·일본 요리도 곁들인다. 신세대 선수들의 입맛에 맞춰 샐러드 바와 베이커리도 운영한다.

 그는 ‘선수촌만의 보양식이 있나’는 질문에 “따로 없다. 여름에 추어탕·삼계탕을 내는 정도다. 인삼 뿌리를 가끔 음식에 넣는다”고 대답했다. 조씨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돕고 코치를 기쁘게 하는 일이 자신의 직분”이라며 “최선의 식단을 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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